논단

종교인 과세와 종교의 공공성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3-03 23:53
조회
1783
* <주간기독교> 다림줄 44번째 원고입니다(140304).


종교인 과세와 종교의 공공성


정부에 의해 종교인 과세 방침이 확정되었다. 2015년 시행을 예정한 세법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종교기관’에 대한 과세는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종교의 공공성을 전제로 하여 그 고유한 목적수행을 위한 자산 및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반면 그 목적을 벗어난 영리수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종교인’에 대해서는 많은 나라들에서 과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그간 비과세 관행을 지켜왔다. 가톨릭의 성직자들과 개신교 내 일부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해 오기는 하였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강제하지 않는 관행에 대해 그동안 시민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결국 논란 끝에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방침을 정한 것이다.


과세 여부 그 자체만 두고 찬반논란을 벌이는 것은 그것이 내장한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기 쉽다. 국가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형평성을 맞추는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한편 종교의 공공성 제고와 자율성 보장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여기에 얽힌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조세정의의 차원을 생각하자면, 그것은 조세납부와 동시에 조세혜택의 형평성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과세하고자 하는 정부의 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한 것은 그것이 근로소득인지 아닌지 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채택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와의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고, 또 다른 한편 과세 당사자인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면서도 일체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다른 한편 종교인 과세 문제는 국가와 종교간의 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조세정의를 이루기 위해 종교기관 및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종교의 자율성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예컨대 일본처럼 종교법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둔다든가 미국처럼 성직자들이 세금 대신에 연방사회복지기금에 그 기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 등은 종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취지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그러한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불합리한 세제가 강제적으로 시행될 경우 국가권력기관이 종교 구성원의 자발적 헌금에 간섭할 여지가 생긴다. 이 경우 국가사회의 공공성과 종교의 자율성은 충돌하게 된다.


근본적 대안은 종교 자체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사회 및 시민사회 차원에서 종교의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율성을 보장받는 길이다. 이에 대해 종교 자체 안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태도 안타깝거니와 불합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세제를 시행하려는 정부의 조급한 태도도 안타깝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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