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도마복음서 29] 아버지의 나라는(96~98절)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4-17 21:29
조회
1436
천안살림교회 2013년 수요 성서연구

도마복음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3년 4월 17일 / 최형묵 목사



제29강 아버지의 나라는(96~98절)


96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작은 양의 누룩을 가져다가 반죽에 넣어 큰 빵을 만드는 여인과 같습니다. 두 귀를 가진 이들은 들으십시오.”

97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곡식[밀가루]이 가득한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과 같습니다. 먼 길을 가는 동안 항아리 손잡이가 깨져 곡식이 흘러내렸으나, 그 여인은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여인이 집에 이르러 항아리를 내려놓자 그 안이 비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98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힘센 자를 죽이기 원하는 어느 사람과 같습니다. 그는 손수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시험 삼아 자기 집에서 그의 칼을 뽑아 벽을 찔러보고 나서야 그 힘센 자를 죽였습니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에 실린 본문[김용옥, <도마복음 한글 역주 3> 참조]



96. (* 유사병행구: 마태 13:33, 누가 13:20~21)

* 여인이라는 인격체에 비유되는 하나님 나라: 다른 유사병행구와 달리 아버지의 나라, 곧 하나님 나라가 어떤 사물이나 사태에 비유되지 않고 여인이라는 인격체에 비유되고 있음. 다른 복음서의 유사병행구를 통해 그 내용이 너무 익숙한 까닭에 그다지 놀랄 것 없는 비유로 여겨지기 쉬우나, 도마복음서의 이 비유를 음미하면 그 파격성을 실감하게 됨. 하나님 나라가 어떤 사태가 아니라 행동하는 인격체에 비유되고 있는 점은 하나님 나라가 곧 인격적 주체의 차원을 함축하는 것으로, 그 주체의 실천적 행동 가운데 있다는 것을 뜻함. 더욱이 여기서 비유의 주체가 여인이라는 점도 주목거리. 스스럼없이 여인을 비유의 주체로 말했다는 것은, 예수를 따르던 도반들 가운데서 여인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무관하지 않을 것. 이어지는 97절 비유의 주체, 그리고 101절에 등장하는 어머니로서 하나님을 암시하는 표현은 우발적이라 볼 수 없을 것. 교회의 시대 남성중심의 질서와는 다른 예수운동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가늠하게 해 주는 구절. 또한 하나님 나라를 비유하는 데 누룩을 언급하고 있는 것 또한 당시 통념에서 벗어나는 요소임. 대개 부정적 의미를 상징하는 누룩을 긍정적인의 의미로 사용함으로써 통념에 도전하는 성격을 지님.


97.

* 비워진 항아리: 다른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고 도마복음서에만 등장하는 비유로서, 역시 하나님 나라를 여인이라는 인격체에 비유하고 있음. 언뜻 보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비유. 그러나 도마복음서의 전반적인 맥락을 유념하여, 하나하나 어록이 선불교의 공안(公案)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하비 콕스), 이 본문은 그 성격이 두드러지는 구절. 그 점을 감안하며 아주 단순하게 이 본문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구절. 이 비유에서 항아리가 비워진 상태는 결코 부정적인 어떤 사태로 이해할 수 없고 매우 적극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음. 한 마디로 ‘빔’을 말하고 있음. 이 비유 역시 그 사태를 초점으로 하지 않고 그 사태를 발견한 여인에게 초점이 있다는 점에서, 가득 채워졌던 항아리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여인의 발견(깨달음)이 하나님 나라라는 것. 곡식 또는 밀가루를 항아리에 가득 담고 집에 가서 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 여인의 정황을 상상할 때 그 의미를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그 곡식 또는 밀가루로 온갖 음식을 만들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게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다 사라져 버린 상태. 그 때 누구나 허탈해 할 수 밖에 없겠으나, 예수는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라고 말하고 있음. 온갖 상념과 걱정거리가 부질없이 되어 버린 사태.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곧 하나님 나라. ‘케노시스’(자기비움). 도마복음의 핵심적 메시지. 모든 욕망에 말씀을 덮어씌우는 태도가 아니라, 모든 욕망을 비우고 그 빈 자리에 말씀이 자리하게 하는 태도.      


98.

* 이기적 자아와의 싸움: 여기서도 비유는 사태가 아니라 인격적 주체에 초점이 있음. 여기서는 남성 주체로, 힘센 사람을 죽이는 사람. 비유라 해도 이렇게 폭력적인 사태를 언급한 점은 놀랍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역으로 가필된 기록이 아니라 본래의 어록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여기서 힘센 자는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우선 그것은 각기 내면의 이기적 자아를 뜻할 수 있고, 나아가 그 이기적 자아를 부추기는 세상의 힘을 뜻할 수도 있음. 그렇다면 그 힘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있다는 것을 말함. 흥미로운 점은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방식에서 바로 앞 구절과 다소 다른 태도를 암시한다는 것. 앞 구절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고 깨닫는 상태를 말하고 있다면, 이 구절은 의도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있음. 여성과 남성의 차이일까?^^


* 다음 제30강(4/24) 주제는 “하나님 어머니”(99 이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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