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노동중독에서 벗어나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6-27 08:36
조회
2019
* <주간기독교> 다림줄36번째 원고입니다(130617).


노동중독에서 벗어나기  


독일 브레멘대학 교수로 노동전문가인 홀거 하이데가 말하는 ‘노동증독증’이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에도 꽤 알려져 있다. 그는 하나의 병리적 현상으로서 중독증을 노동사회에 적용하여 그 증상과 요인을 진단한다.


노동중독증을 진단하는 데서 그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주목한다. 첫째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이 부류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항상 육체적으로 고달프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 둘째 일만 보면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어떤 일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며, 그래서 항상 의기소침해 있다. 셋째 평생 동안 일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정년퇴임 후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며 참을 수 없어 한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정년퇴임 이후 2년 이내에 사망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세 가지 부류에 공통된 점이 바로 노동중독증이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갈까? 하이데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그 중독증을 강요한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 중독체제로서, 끊임없이 욕망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한다. 자본은 사람들에게 그 진정한 내면의 욕구 충족이 아니라 대리 만족을 시켜줄 만한 수단들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기호품들과 놀이, 그리고 이제는 정보마저도 중독물이 되어 있다. 하이데는 노동마저도 그렇게 강력한 하나의 중독물이 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노동중독증이란 일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일 또는 그 성과를 통해 자기 가치와 자기 정체성을 찾는 증상으로서, 그것이 병리현상이 되는 것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이데는 모든 중독의 심층적 원인을 내적인 자율성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두려움에 있다고 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내적 자율성의 결핍과 두려움은 인간 자신이 내부에 신적인 본질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스스로가 자연적 질서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자율성을 강화시켜온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되어 왔다. ‘탈영성화’라고 할 만한 그 과정은 곧 모든 외적 지배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인간 개개인이 신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결국 나 아닌 모든 세상의 모든 대상을 객체화시켰고, 그 결과 개개인은 모두가 격렬한 경쟁관계에 빠져 홀로 남아 항상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자신이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정감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휴가마저도 일하듯이 보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잠시나마 일손을 놓을 때 우리 삶의 현실을 돌아보고 진정한 내면의 요구를 들을 수 있다면 값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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