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도마복음서 09] 내 안의 빛(24~26절)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2-07-25 22:09
조회
1649
천안살림교회 2012년 수요 성서연구

도마복음서 읽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2012년 7월 25일 / 최형묵 목사


제9강 내 안의 빛(24~26절)



24 제자들이 예수께 말했습니다. “당신이 계신 곳을 저희에게 보여 주십시오. 저희가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씀하셨습니다. “두 귀 있는 이는 들으십시오. 깨달은 사람 속에는 빛이 있어 그 빛이 온 세상을 비춥니다. 그 빛이 비추지 않기에 어둠이 깃드는 것입니다.”

25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동료들을 여러분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고 여러분 자신의 눈동자처럼 지키십시오.”

26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여러분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합니까? 먼저 여러분 눈 속에서 들보를 빼면 그 후에야 밝히 보고 여러분 형제들의 눈 속에서 티를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에 실린 본문  



24. (* 유사병행구: 요한복음 14:1~6 // 마태복음 5:14~16)  

* 내 안의 빛: 다른 복음서, 특히 요한복음서와 결정적으로 대비되는 도마복음서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는 본문. 요한복음에서는 예수께서 먼저 길을 언급하고 그 길을 모르는 도마에게 자신이 바로 길이라고 말하였으나, 여기 도마복음에서는 제자들이 길을 묻는 것으로 되어 있고 예수께서는 그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다른 방식으로 응답. 깨달은 사람 누구에게나 빛이 있고 그 빛이 온 세상을 밝힌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 그 빛이 있으면 온 세상이 환히 밝혀지는데 특정한 길이 따로 있겠느냐는 이야기인 셈. 예수께서는 사람들 가운데서 그 빛이 비추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 어둠이 깃들고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역설. 그러나 한편으로 이와 같은 입장은 다른 공관복음서에서도 등장.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25. (* 유사병행구: 마 22:39; 막 12:31; 눅 10:27 // 마태복음 6:22~23)

*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매우 익숙한 구절. 이것은 깨달음의 결과가 어찌되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말씀. 자기 안의 빛이 세상을 밝힌다는 말 자체가 시사하듯 어떤 사람의 깨달음은 자기만의 일로써 그치지 않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깨달음이 갖는 관계의 차원을 함축. 앞의 다른 구절에서도 이미 확인하였지만 도마복음에서 이 진실을 확인한다는 것은 도마복음서를 일종의 ‘자기 수양의 지침서’ 정도로 한정하는 과오를 방지.    

* 눈동자처럼 지키라: 그런데 여기 “눈동자처럼 지키라”는 것은 도마복음에서만 등장하는 구절. 이것은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 눈동자처럼 지킨다는 게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눈동자는 모든 것을 보는 관문이기에 우리의 몸은 부지불식간에 눈동자를 보호함. 어떤 위험에 처하거나 어떤 티끌이 들어갈 수 있을 때 부지불식간에 깜박이는 동작. 그것은 의식적인 의무감으로 행하는 차원(율법주의적 행함)과는 다른 무의식적인 본능의 차원(내면적 일체에서 비롯되는 행위). 앞 구절과 연결하여 이해할 때 사람의 깨달음이 바로 그와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 깨우침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을 것.  


26. (* 유사병행구: 마 7:3~5; 눅 6:41~42)

*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 앞 구절의 눈동자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절. 남의 허물을 먼저 보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성찰이 앞선다는 것을 말함. 맨 앞의 내 안의 빛을 강조했던 구절과 일관되는 관점. 자신의 눈동자에 장애물이 걸려 있는데, 어찌 다른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는 것. 흔히 종교 전통에서는 이와 같은 내면적 성찰에 대한 강조가 외부의 부조리를 정당화해주는 근거로 남용되고 있지만, ‘세상을 밝히는 내 안의 빛’이라는 도마복음서의 관점에서는 그 논리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님. 근본적인 혁명을 강조하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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