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예수님의 특이한 계산법 - 누가복음 16:1~13[이정구 신부]

작성자
살림교회
작성일
2019-09-22 15:39
조회
171
2019년 9월 22일(일) 오전 11:00 천안살림교회
제목: 예수님의 특이한 계산법
본문: 누가복음 16:1~13
이정구 신부(전 성공회대학교 총장)

*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계산법은 매우 특이합니다. 나를 따라오려거든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 심지어는 가족까지 버려야 한다고 하시는데, 과연 당대 사람들에게 그 말이 통했을까요? 내 것을 다 버리고 나면 뭔가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셈법인데, 버린 것 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뭘까요?
예수님은 오늘 말씀에서도 아주 유사한 셈법의 비유로 말씀하시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아리송합니다. 주인 몰래 비리를 저지른 청지기가 주인이 눈치를 채자 파면당해 갈 자리를 마련해 놓으려고 재빠르게 주인한테 빚을 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탕감해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를 알아차린 주인이 청지기를 불러 칭찬을 하며 하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 ‘네 약삭빠름이 빛의 자녀보다 낫다.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렇게 돈을 탕진하고 나면 비로소 영원한 나라에 들어갈 것이다.’
작은 일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청지기가 비록 저 살 궁리를 하려고 배임을 저질렀지만, 저만 살 궁리를 한 것이 아니라 주인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빚을 탕감해준 인심좋은 사람이 되었으니, 이 약은 청지기 정도 되어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이 주인이 빚을 탕감해주었다고 해서 간난한 자로 전락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청지기로 말미암아 자신이 가진 것을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게 된 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이 청지기를 통해서 그동안 구두쇠로 살아왔을지도 모를 주인이 타의에 의해서라도 복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청지기처럼 할 수 있을까요? 못하면 흉내라도 내야 할까요?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중이라고 변명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예수님의 말씀은 당대에나 타당한 것이지 요즘 세상에는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결론은, 비겁한 우리들이 교회 안에서 2천년 동안 의논한 결과 성경말씀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천명이니 그대로 대외적으로 천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끼리 흉내라도 내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흉내내는 척하는 것마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라는 걸 약간 수정하고 싶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최선으로 봉사하고 헌금하며 사는 것이 현대 신앙공동체이며 현대교회 아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약은 청지기를 존경해가면서 최선을 다하여 흉내 내는 척이라도 하면서 살아가도록 매일 기도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작은 무엇 하나라도 실천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며, 주님께 비겁하여 정말 죄송스럽다는 인사로 말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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