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도마복음 다시읽기 01] 서설: 도마복음은 어떤 책인가?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3-09-20 21:02
조회
121
2023년 하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도마복음 다시읽기
2023년 9월 20일~12월 20일 12주간(중간 3차례 휴강) 매주 수요일 저녁 7:00~8:30
최형묵 목사

1강 (9/20) 서설: 도마복음은 어떤 책인가?

0 이것은 살아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디두모 유다 도마가 받아 적은 비밀의 말씀들입니다.
1 그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한 사람은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할 것입니다.”
2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추구하는 사람은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찾으면 혼란스러워지고, 혼란스러워지면 놀랄 것입니다. 그런 후에야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에 실린 본문

1. 1600년의 어둠을 뚫고 빛을 본 도마복음서

도마복음서는 1945년 12월 이집트의 나일강 상류지역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되었다. 이른바 ‘나그함마디 문서’ 가운데 도마복음서는 가장 주목받는 문서가 되었다. 그보다 앞서 19세기 이집트 옥시린쿠스에서 발견되어, 200년경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 그리스어 파편이 도마복음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약 20%의 분량).
305년경 콥트어로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마복음서는 요한복음과 저작연대가 비슷한 기원후 100년경의 저작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은 50~6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진다.
1600년 동안 묻혀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교의 공인 이후 정경화 작업으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정경에서 배제되어 불온문서로 간주된 까닭에 파코미우스 수도사들이 이를 감추어둔 것이다.
* 정경화: 신약 정경 27권의 목록이 처음 등장한 것은 367년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우스의 부활절 서한에서였다(참고. 니케아공의회 325년). 이후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를 지지하였고, 세 차례의 공의회(393, 397, 419)를 통해 27권을 신약 정경으로 선포하였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1439~1443년에 열린 피렌체공의회를 통해서였다. 동방교회에서는 오랫동안 각 지역교회별로 다양한 입장을 취해 왔는데, 1672년 예루살렘 회의를 통해 성서에 관한 한 서방교회와 같은 입장을 취한다고 천명하였다.

2. 도마복음서의 특징

저자는 ‘도마’, 곧 ‘디두모 유다 도마’로 알려져 있다. 아람어 ‘도마’와 그리스어 ‘디두모’는 ‘쌍둥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저자의 이름은 ‘쌍둥이 유다’를 의미한다. 그 유다는 가룟 유다와는 다른 사람이다. ‘쌍둥이’라는 의미는 실제일 수도 있으나 상징일 수도 있다.
그 내용은 공관복음서와 50%가량 병행한다. 그러나 설화적 구조가 아니라 전적으로 어록 형태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 다른 어록으로 Q복음은 미래적 종말론의 색채를 지닌 반면 도마복음은 현재의 하나님 나라를 강조한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공관복음서에 언급된 기적, 예언의 성취, 재림, 종말, 부활, 최후심판, 대속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내 속에 빛으로 계신 하나님을 아는 것, 곧 ‘깨달음’을 통해 내가 새 사람이 되고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믿음’ 대신에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첫 구절은 신비의 말씀 가운데서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것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깨달음은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할 만큼 중요성을 갖는다(1절). 그리고 그 깨달음은 상식을 넘어서기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그 혼란을 겪고서야 비로소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2절). 도마복음은 서언에서부터 이처럼 의미심장한 말씀을 제시하고 있다.

3. 영지주의, 그리고 요한복음과의 관련성

영지주의의 요체를 ‘영지’, 곧 ‘깨달음’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고 볼 것 같으면 도마복음서는 영지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요체를 물질 및 육체의 세계를 악한 것으로 보고 인간의 영혼이 그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보면 도마복음서는 영지주의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복음서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서 공관복음서(마가, 마태, 누가), 요한복음서, 그리고 도마복음서는 서로 다르다. 공관복음서가 예수 그리스도를 ‘신의 아들’ 또는 ‘사람의 아들’, 다시 말해 예수를 하나님의 대리인으로 보는 데 반해 요한복음서와 도마복음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빛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요한복음서는 예수가 구현하는 참 빛을 통해서만 인간은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도마복음서는 예수가 구현하는 참 빛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 점에서 도마복음은 요한복음을 논쟁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도마복음서가 정경화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4. 도마복음서 발견의 의미

도마복음서의 발견으로 초기 그리스도교에 매우 다양한 신앙형태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도마복음을 읽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지평을 더욱 확대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 흔히 말하기를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요 그리스도교는 ‘믿음의 종교’라 한다. 그러나 도마복음의 존재는 그리스도교의 전통 안에도 깨달음을 추구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을 증언해준다. 그 전통은 실제 역사 안에서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주요 참고자료>

구자만, 『하나의 진리, 도마복음』예술과영성, 2022.
김용옥,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통나무, 2008.
-----, 『도올의 도마복음 역주』2,3, 통나무, 2010.
오강남, 『또 다른 예수』, 예닮, 2009;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김영사, 2022.
일레인 페이절스, 『믿음을 넘어서 - 도마의 비밀 복음서』, 루비박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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