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상도(商道)보다 못해서야...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0-02-08 10:07
조회
3072
* <주간 기독교> 다림줄 두번째 원고입니다(100208).


상도(商道)보다 못해서야...


2천억이 넘는 교회당을 짓는다고 하여 소란하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한국에 있고 10대교회 가운데서도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니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해당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도 있어 보인다. 거두절미하고 말해 그 교회로 사람들이 몰려온 데야 어쩌겠는가? 여기저기 공간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건물을 새로 지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임대비용까지 줄여 보자는 뜻은 해당 교회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절감한 비용을 장차 선교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인 셈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걸까? 사촌이 땅을 사니 배가 아픈 사람들이 많은 탓일까? 아니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말하는 게 쉬울 듯싶다. 우리 사회에서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된지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백화점의 입장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운행한 셔틀버스를 금지한 까닭이 무엇인가? 그것은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자본의 독점을 규제함으로써 중소자본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여전히 도시마다 한복판에 대형마트를 허용하여 재래시장과 동네 골목의 상점들이 고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대형 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이라도 금지한 조처는 최소한 지켜져야 할 상도의 지표이니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가 미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들 믿고 있지만, 미국이 대공황 이후 엄격하게 독과점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대형교회와 초호화판 교회를 두고 우려하는 것은 상거래에서도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최소한의 규칙마저도 교회들 사이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 교회 자체가 그만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말씀이 좋고 예배가 좋아 사람들이 그 교회를 찾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교회가 대형화되면 될 수록 일종의 규모의 논리가 성장을 주도한다. 각종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면 교회는 급성장하게 되어 있다. 큰 교회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은 교회가 없지 않은가?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최소한의 상생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상도의마저도 오늘 한국교회에서는 문제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여러 지체가 어울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교회에 대한 믿음이 가능할까?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지체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몸의 고통으로 느끼는 교회에 대한 믿음은 한국교회 현실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것 같다.    

      


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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