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32] 야곱의 두 아내와 자녀들 - 창세기 29:31~30:2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7-04 21:30
조회
2595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32 (7/4) 야곱의 두 아내와 자녀들 - 창세기 29:31~30:24



1. 레아의 아들들(29:31~35)


한 남자 야곱과 결혼하였지만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 누릴 수 없었던 자매 레아와 라헬은 갈등관계에 빠지게 되었다. 이 대목은 두 자매 레아와 라헬의 갈등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두 자매에게 태어난 자식들에 대한 언급으로 족보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두 자매는 서로 남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자매가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할 때 하나님께서는 가진 것 없어 고통을 겪는 사람의 편을 들어준다는 성서기자의 일관된 서술 방식이다. 이것은 마치 야곱이 둘째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항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동기와 다르지 않다.

레아는 언니였지만 남편 야곱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하나님께서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레아의 고통을 헤아리고 먼저 그의 태를 열어주셨다. 남편의 사랑을 받는 라헬에게 하나님께서는 아직 임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주께서 나의 고통을 살피시고, 나에게 아들을 주셨구나. 이제는 남편도 나를 사랑하겠지.” 레아의 이와 같은 환호는 그의 처지와 갈망을 잘 드러내 준다. 그 기쁨으로 태어난 첫째 아들이 르우벤이었다. 이어 레아는 시므온, 레위, 유다를 낳았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그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처지와 갈망을 잘 드러내준다. 이것은 물론 성서 기자의 재치 있는 말장난으로서, 그 이름으로 그 정황을 묘사해 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2. 라헬의 몸종 빌하와 그 아들들(30:1~8)


남편의 사랑을 받았지만 자식을 두지 못한 라헬은 언니를 시샘하였다. 자식을 낳음으로서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여인에게 그와 같은 시샘은 당연한 것이었다. 남편 야곱에게 항변을 하며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태를 열어주시지 않으니 도리 없는 일이었다. 결국 라헬은 자신의 몸종 빌하를 남편에게 주어 아이를 낳게 한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경우에서 이미 본 것처럼, 여종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그 여주인의 아이로 간주되는 관습을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는 라헬이 약자의 처지에서 그 몸종을 통해 한을 푼다. 야곱과 빌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단과 납달리였다. 성서 기자는 이 이름들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그 의미를 부여한다.


3. 레아의 몸종 실바와 그 아들들(30:9~13)


판세가 그와 같이 변화되자 이번에는 다시 언니 레아가 그 몸종 실바를 야곱에 주어 아이들을 낳게 한다. 실바와 야곱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갓과 아셀이었다. 이 이름들 역시 적절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4. 레아와 라헬의 경쟁(30:14~21)


이렇게 두 자매 사이에서의 대결이 팽팽하게 전개되자 이번에는 다소 다른 국면으로 넘어간다. 레아의 아들 르우벤이 들에 나갔다가 ‘사랑의 열매’를 발견하여 어머니에게 갖다 드린다. 개역은 ‘합환채’로,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은 ‘자귀나무’로 번역하고 있는 이 열매는 최음제 또는 임신을 촉진하는 것으로 간주된 식물의 열매를 말한다. 가지과에 속하는 만드라고라의 작고 노란 열매인데, 공동번역과 표준새번역은 낮에 그 잎이 펴져 있다가 밤에 오므라져 서로 마주하는 특성에서 착상하여 자귀나무로 번역한 것 같다. 어쨌든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간주된 레아에게나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못했던 라헬에게는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라헬은 그것을 달라 하고 대신에 그 날 밤에 야곱이 언니 레아의 방에 들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레아는 시샘을 하며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는 라헬을 다시 무색하게 만든다. 이미 태가 닫힌 것으로 알았던 레아는 다시 아이들을 낳는다. 잇사갈, 스불론 두 아들과 유일한 딸 디나를 낳는다. 딸 디나를 제외한 두 아들 이름에 역시 적절한 의미가 부여된다.    


5. 라헬과 그 아들들(30:22~24)


그러나 하나님은 무심하지 않으셨다. ‘사랑의 열매’와는 전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라헬의 호소를 들어주심으로 라헬이 아이를 낳게 되었다. 라헬은 요셉을 낳는다. 이렇게 야곱은 열한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둔다. 야곱의 막내로 알려진 베냐민은 아직 이 대목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라헬이 요셉을 낳고 “주께서 나에게 또 다른 아들 하나를 더 주시면 좋겠다”고 한 소원은 또 다른 아들의 탄생(35:16~20)을 시사한다.  


6. 야곱의 열두 아들과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  


이상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한 남편을 둔 두 자매 레아와 라헬의 경쟁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훗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의 시조가 되는 야곱의 아들들을 언급하고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끈다. 야곱의 아들들과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아들들 가운데 개인으로서 뚜렷하게 등장하는 경우는 유다와 요셉 정도이고 나머지 아들들은 개인적인 면모가 희미하다. 그런데 레위가 별도의 사제지파로 별도로 독립되고 요셉의 두 아들 곧 므낫세와 에브라임이 두 지파로 나뉘어 열두 지파를 형성하고 있는 전승과 여기에 등장하는 아들들의 이름이 일치하고 있다.

하나의 가정이지만, 아마도 이 아들들 이야기는 훗날 이스라엘 동맹을 형성한 열두 부족의 관계를 암시해주고 있을 것이다. 에돔, 모압, 암몬 등의 부족은 이스라엘 동맹에 참여하지 않고 적대관계에 놓여 있었다면, 열두 부족은 동맹을 형성한 집단으로 보는 것이 그럴 듯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레아의 아들들은 가장 초기의 동맹 부족들을, 그리고 라헬의 아들들은 그 다음에 참여한 동맹 부족들을, 그리고 다른 아들들은 각기 다른 시기 다른 경로로 동맹에 가담한 부족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서 왕국이 분열된 이후 유다는 남유다의 전승에서, 요셉은 북이스라엘의 전승에서 강조되고 있다.




* 다음 주제는 “야곱과 라반의 흥정”(창세기 30:25~43)입니다.
전체 0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