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10대들에게 박수를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5-26 21:38
조회
3480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67번째 원고입니다(080518).


10대들에게 박수를


여전히 젊다고 자처하지만 흐르는 세월 탓에 도리 없이 기성세대가 되고 말았다. 역사적 변혁의 희망으로 벅찬 시대를 살아왔고 오늘의 사회적 변화를 주도했다고 자처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오늘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20대들은 말할 것 없거니와 10대들은 더더욱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혐의를 두고 바라보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놀랄 만한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대한 거센 국민적 저항의 주역들로 10대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기민한 의사소통 방법으로 의견을 모으고, 자신들만의 발랄한 표현방식으로 부조리에 대해 저항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철없는 아이들의 흥분, 아니면 잘 봐줘야 결국 자기이해에 민감한 세대의 일시적 행동 정도로 볼지도 모르겠다. 과거 젊은 세대들의 역사의식과는 다른 동기에 따른 행동이 아니겠느냐 생각하고 싶어할지 모른다. 확실히 자기이해에 민감한 세대의 반응으로 볼 만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상 고교등급제에, 학교의 학원화를 초래한 교육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 당사자로서 분노감이 쌓인데다가, 선택의 여지없이 주어지는 학교 급식식단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대책없이 들여오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감이 극에 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몰라도 내 삶을 건드리는 정책을 아무렇지 않게 펼치는 정부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분노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노감은 결코 깎아내려 평가해야 할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개인주의에 입각한 시민적인 공공성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경제적 지표를 드러내는 통계 숫자에 파묻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개인들이 ‘내 삶을 방해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한 주체로서 인정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기들만의 세대 안에서 속삭이던 그 이야기를 광장에서 펼치고 있는 현상은, 설령 일시적인 현상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를 결코 깎아내려서는 안 될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10대들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강력한 희망의 표징이다. 그것은 지금 10대들이 20대의 좌절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 차원에서든 청소년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10대들이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그들에게 한껏 박수를 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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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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