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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 휴가 3신: 궁하면 통한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1-14 20:41
조회
1092




산보를 나서기 전 차를 많이 마시면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방안에 있을 때 입도 심심하고, 온기를 더하고자 하여 계속 차를 마시는 편입니다. 차를 많이 마시면 일을 자주 보게 된다는 건 기본 상식... 집안에 있을 때는 언제든 일을 볼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길거리에 나가니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가모가와 본류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걷는데 좀 급해졌습니다. 여유롭게 주변 정취를 즐기고 사색하며 걷던 걸음걸이가 바빠졌습니다. ‘이런, 다 좋은데 화장실이 없구나!’ 하고 불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둑 위쪽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공원 같은 정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라서 보니 교토부립 식물원이었습니다. 식물원이니 어떤 귀퉁이에든 화장실이 있겠거니 하며 살펴보았는데,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고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차장 시설주변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아 무조건 곁에 있는 건물 쪽으로 향했습니다. 때 마침 나이 지긋한 분이 나오길래 급히 물었습니다.

“실례합니다. 근처에 화장실 있습니까?”

“화장실은 집 안에 있는데...”

“아, 예 예... 실례했습니다.” 하고 돌아서려는데

“화장실이라... 여기서 10분 거리에 있기는 한데...”

“아, 그래요?”

“남쪽으로 가서 다리를 건너가면 공중 화장실이 있어요.”

“남쪽이오? 아, 고맙습니다.”

“중국인이오?”

“아니, 한국인인데요.”

“그런데 일본말을 다 알아듣는구랴!”

“뭘요? 이 정도쯤이야!(이건 속으로..^^) 아, 예~! 고맙습니다.”

그럴 수밖에... 위기상황에 처하니 100% 원활한 의사소통, 못 알아들을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산보를 하기 위해 동네를 나설 즈음에는 아마도 공중시설 관련자인 듯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와이파이가 잘 안 터져 팡팡 터지는 지점을 찾는 듯 말을 걸어 왔는데, 이방인이 알 수 없는 일이라 얼른 ‘미안합니다.’ 하고 지나쳤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급박한 위기상황에서는 100% 통했습니다.


물론 안내해 준 대로 화장실을 찾아 일을 보고 그 다음부터는 다시 여유롭게 발걸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돌로 포장된 부분도 있지만 쭉 이어지는 부드러운 흙길이 좋습니다. 두 시간 조금 넘는 산보,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 발길을 돌렸습니다. 사실상 한 시간 시차가 나는데도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니 우리보다 한 시간 일찍 어두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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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는 교토교구 의장 이노우에 선생과 오오야마 선생 등을 만나 딱 일주일만에 외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는 14일 월요일, 일본의 성년의 날로 공휴일이라, 친절한 이상경 목사의 안내로 교토남부 후시미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니혼슈(日本酒) 딱 한 잔 시음해보고, 일본 근대화의 기틀을 만든 일본의 국민영웅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유적지를 둘러봤습니다. 그가 교토에 들를 때 자주 묵고, 마지막으로 자객의 칼에 숨을 거둔 여관 테라다야(寺田屋)...

정착국면(?)에 접어든 밋밋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나들이로 바람 쐬는 날이었습니다.

* 최형묵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2-0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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