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 지도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논평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7-31 00:14
조회
4283
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 지도자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2007년 7월 30일(월) 오후 2~5시 / 만해 NGO교육센터

주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주최: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참여불교재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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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 지도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논평 - 개신교의 입장에서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운영위원)



1.


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지도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 종교들의 정치적 태도 및 윤리관을 살펴볼 수 있고, 또한 각기 다른 종교들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지표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논평은 그 조사 보고 내용 가운데 개신교와 관련하여 특별히 의미있는 지표들에 관해 보고서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약간의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이 조사결과에 접근하는 데서 유의해야 할 두어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이 조사가 의식조사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각 종교들의 실제적 상황을 드러낸다기보다는 종교에 대한 종교지도자들의 기대 내지는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설문조사에 응한 연령층에서 개신교의 경우 30대 미만의 젊은층이 과대표된 점을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골고루 설문지를 보냈으나 실제로 응답결과가 그와 같이 나타난 탓일 것이다. 그 탓인지 어떤 항목, 특히 윤리적 문제나 정당에 관한 설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기대와 다른 결과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예상 못한 결과가 전적으로 젊은층의 ‘과대표’ 탓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른 종교와 달리 개신교의 젊은층이 설문응답에 다수 참여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젊은 나이에 독립적 사역을 시작할 수 있는 개신교의 성직구조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그것은 개신교 내에서 젊은 목회자의 의견이 분명한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교권구조 안에서 그 영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공식적 견해로서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젊은 목회자들의 견해가 저변의 중요한 한 경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른 종교들과 또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규모상 100명 미만 교회의 목회자들이 설문응답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한국 개신교 교회의 절대다수가 실제로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이라는 점에서 실제 상황과 상당히 부합한다.


흔히 개신교의 이미지, 그리고 그에 따른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대형교회와 그 목회자들의 행태에 근거하고 있기에 그것이 한국 개신교의 전부인양 생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개신교의 여론을 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일부 항목에서 젊은 층과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설문조사 결과는, 한기총 및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의 견해와 뚜렷이 구별되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의견이 분명하게 한 경향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 통념과 달리 개신교 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광범위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의 지표이다.  


또 하나, 지역간 의미 있는 편차가 없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는데, 이 설문조사가 그 편차를 분석하고 있지 않기에, 그저 하나의 의문으로만 제기하고 넘어간다.


2.


이제 세부적 문항별로 보충하는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1) 시민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불교와 천주교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반면 개신교가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근래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개신교가 시민사회와 불화를 겪고 있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오늘 시민사회운동이 개신교 및 개신교 인사들과 적지 않게 관련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민사회와 불화를 일으키고 있는 개신교의 경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지표인 것 같다. 종교단체의 재정운영 투명성에 관한 견해 역시 유사하다. 천주교와 불교가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반면 개신교가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 영세한 개신교 교회들은 재정관리를 비교적 엄격하게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심심치 않게 돌출되고 있는 대형교회들의 재정불투명성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성직자)의 시민사회활동 참여 면에서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현상에 대한 평가이자 동시에 성과 속을 구별하는 성직자들의 신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시민사회에 대한 종교의 거시적 영향력과 개별 성직자의 시민사회활동 참여 문제는 다른 차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개신교가 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앞서 문항에서 보인 태도가 중첩된 까닭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개신교는 어떤 면에서 가장 근대화한 종교로서 시민사회와 친화적 요인을 갖고 있고 실제로 친화적인 관계를 상당수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극단적인 일부의 불화관계 때문에 부정적 견해가 안팎으로 팽배해진 듯하다.


2) 1987년 이후 교단내 성직자의 권력화와 종교의 사회 권력화에 관한 설문은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종교와의 상관관계를 묻는 것으로 앞으로 별도의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어야 하리라 본다. 교단내 성직자의 권력화에 관해서는 찬반이 백중세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약간 상회하고 종교의 사회 권력화 역시 찬반이 백중세이지만 그렇다는 응답이 약간 상회하는데, 여기서 의미 있는 지표는 개신교와 불교가 양 차원에서 권력화된 것으로 평가된 반면 천주교는 양 차원에서 권력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천주교가 상대적으로 교권구조가 안정되어 있는 반면 개신교와 불교는 그 반대라는 것을 시사한다. 말하자면 천주교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든 신흥세력이 부상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불교와 개신교는 상대적으로 교권구조가 느슨해 신흥세력이 부상하기 쉬운 조건이라는 것을 시사하며 그만큼 사회적 변동에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3)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급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설문에서는 사회적 양극화를 꼽고 있는 데서 모든 종교가 일치하고, 이것은 아마도 시민사회의 의견과도 대체로 일치할 것이다. 그런데 이 설문 예시항목에서 ‘외환위기(실업극복)’는 그 초점이 혼란스러워 다른 항목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 불교가 ‘황우석 사태’를 중요 순위에 올리고 있는데, 이 설문 자체로는 그 사태의 어떤 측면을 문제 삼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는 뒤에 나오는 윤리에 관한 물음과 관련하여 막연하게 추정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종교계내 시급한 과제에 관한 설문결과의 의미는 보고서의 평가에 공감한다. 시민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종교로 천주교를 꼽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도덕적 사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또한 시민사회와 심각하게 불화관계를 야기하지 않는 천주교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는 각 종교별로 우선순위를 어떻게 꼽고 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 보고서에는 그 결과가 분석되어 있지 않다.


4) 윤리적 태도를 묻는 설문은 각 종교간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들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보고서의 평가를 전제로 하고, 우선 개신교와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것을 지적하자면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견해를 들 수 있는데, 설문조사 결과는 놀랍게도 한기총 등에서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의견이 높은 점이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설문에 대한 개신교의 응답은 다른 두 종교와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대로 개신교 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고 동시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생명복제에 관해 천주교와 개신교가 반대 의견이 높은 반면 불교가 허용 의견이 높은 것은 앞에서 한국 사회에서 시급한 문제로 황우석 사태를 꼽은 것과 모종의 함수 관계가 있지 않나 추정케 한다. 동성간 결혼을 묻는 설문은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 보고서를 읽는 입장에서도 아직 뭘 묻는지 모르겠다. ‘同姓’간인가, ‘同性’간인가?


5) 종교적 견해와 정당 정책 및 지지와의 관련성을 묻는 설문들에 대한 응답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종교간 공통적이다. 이것은 시민사회에서의 종교의 역할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정당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는 사고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순위로 꼽고 있는 정당 순위에서나 정당지지에서 종교를 중시하는 경향에서 종교간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인데, 그나마 민주노동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특히 개신교에서 민주노동당 정책과 친밀감이 높은 것은 앞서 말한 젊은층과 소규모 교회 목회자들의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편 이 설문 결과는 개신교내 일부 세력이 시도하는 기독교정당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권력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영향력과 달리 개신교가 가장 높은 것은, 보수 진보 양 측에서 동시에 상대적으로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이는 개신교 인사들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득표 영향력에서도 개신교를 가장 높게 꼽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고, 개신교인들이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강하다고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6) 종교자유 침해에 관한 설문, 정교분리에 관한 설문조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종교사학의 종교의식에 대한 견해에서 개신교가 특히 종교자유 침해로 보지 않는 것은 개신교 특유의 전도방식과 관련되어 있고 동시에 그것은 기어코 사학법을 재개정한 동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다. 따라서 제2의 강의석 사태는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7) 종교갈등의 원인이 각 종교별로 각기 다른 것은 종교생활에 대한 방식의 차이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종교간 화해의 방법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동시에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장 종교 편향적인 대통령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뽑힌 것은, 최근의 기억과 그 이미지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정책과 제도적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종교 편향적인 대통령은 이승만 아닐까?

* 관련기사 <연합뉴스>
* 관련기사 <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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