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도올의 요한복음 강의 논란을 보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2-22 13:30
조회
4162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여섯번째 원고입니다(070222).


도올의 요한복음 강의 논란을 보며...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도올 김용옥 교수의 강의는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목소리에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독설을 동반한 그의 언변에 한편의 사람들은 심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걸 보면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의 책을 꽤 섭렵해보고 종종 방송 강의 또한 들어 본 바로는 그의 주장에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전의 세계에 대한 박학다식함뿐만 아니라 그 세계를 꿰뚫어보는 혜안에 번번이 놀랄 수밖에 없다. 도올 강의의 가장 큰 미덕은 어쩌면 고루하다고 여겨지는 고전 세계를 오늘 현실의 맥락에서 적확하게 되살려 놓는 해석에 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다 보면 과거의 지혜가 오늘 현실의 세계에서 펄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종종 그 미덕은 동시에 약점이 될 때도 있다. 워낙 장광설이다보니 정작 전하고자 하는 고전의 세계는 사라져버리고 도올 자신의 주장만 남는 것 같은 인상을 줄 때이다. 스스로 그 점을 의식하고 있는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장광설이 비켜가지 못하는 약점이다. 어차피 해석이란 문자적 의미 그 자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자의 입장이 개재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불가피한 면도 있을 것이다. 도올 스스로가 자신의 해석과 주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 그건 또 그 나름의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고전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지나치다 싶으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그 해석의 진정성을 헤아리고 그 주장의 요지를 경청하고자 한다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 도올은 기독교의 성서 가운데 하나인 요한복음 강의를 시작했다. 애초 도올은 이제 반론이 아니라 정론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는 그냥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태도를 표명했다. 덕분에 도올의 강의는 또 다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이 짧은 지면에서 도올 강의 전모를 두고 이러쿵저렁쿵할 겨를은 없다. 다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차원에서 그의 주장의 진정성을 헤아려 보고 싶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올은 한기총의 반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 요체는 한국교회가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 해석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독교가 교세를 배경으로 마치 진리를 독점한 듯한 독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그의 주장은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사실 도올의 해석은 그 어떤 고전에 대한 해석이든 단지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아무리 탁월하다 하더라도 그의 해석이 유일무이한 해석일 수 없다. 당연히 그의 요한복음에 대한 해석 또한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이 사실은 한기총이 취하고 있는 성서해석 또한 무오류의 유일무이한 해석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해석일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탁월하다고 해서 유일무이한 해석이 될 수 없듯이 지배적이라 해서 유일무이한 해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피차간에 그 진성성을 헤아리면 그만이다. 도올이 주장한 바와 같이 그와 같은 태도는 이미 성서 자체가 보여주고 있는 해석의 태도이다. 예수의 생애를 전하는 복음서가 한 권이 아니라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이야기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하나의 해석, 하나의 반론이 진리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여기며 일희일비 할 바 아니다. 해석의 다양성은 의미의 세계를 훨씬 풍부하게 해준다. 다양한 의미의 발견으로 신앙의 세계 또한 풍부해짐은 말할 것 없다. 때로는 선동가적 발언 때문에 도올의 강의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건 대수가 아니다. 교회의 권위에 매인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통찰을 기대하며 즐기는 것이 기독교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신앙에 결코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 3
  • 2007-02-23 08:50
    가지지 않았지만 누릴 수있고,
    rn믿지만 비울 수 있고,
    rn알지만 세울려고 하지 않는
    rn신앙의 길이,
    rn늘 모순이며 이율배반 처럼 멀기만 해 보입니다.
    rn

  • 2007-02-23 16:55
    목사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의 말과 글에 위험해질 진리라면 진리가 아니라는 도올의 말처럼 취할 것은 취하고 흘릴 것은 흘려버리는 분별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2007-02-24 08:23
    도올 선생님을 향해 많은 보수교단에서는 그를 말시온 주의자다 , 이단의 괴수다 등등
    rn다양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rn우리 한국교회가 너무 마녀사냥 하듯 그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지 말고
    rn하루 속히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할듯 합니다.
    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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