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시판

프라하에서

작성자
박은경
작성일
2011-08-02 15:53
조회
1310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금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그간의 강행군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라하의 봄’ 결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스산하고 쌀쌀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날씨에 대조적으로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빛을 맞아(죄송합니다..), 저의 기억에는 말 그대로 프라하의 따뜻한 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유럽날씨는 정말 가랑비가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잠깐 해가 보였다 바로 어두워지곤 하는 변덕스럽고 음울한 날씨가 이어져, 저희도 바로 스웨터와 아이들 긴바지를 사 입혔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곳 체코공화국으로 넘어 오는 길 이정표 앞에서(국경구분이 전혀 없음. 그저 이정표 하나뿐) 잠시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시내로 접어들며 곧 전혀 다른 분위기에 압도되어 버렸네요. 잘 꾸며진 관광도시 프라하. 중세의 옛 건물들 속에 은행가와 공공기관, 상가들, 즉 도심번화가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 박물관인지, 시청인지, 식당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 없는, 그야말로 역사 속에 현재가 그대로 들어앉은 모습들. 유럽의 도시들을 돌아보며 가장 부러운 점이네요.


하지만, 그 외 체코 외곽의 모습들에서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한 30년 전쯤의 분위기라 하면 들어맞을 거리 모습.  큰 마트들도 들어와 있고, 신종차도 꽤 섞여 있는 데도, 아직은 허름한 주택들, 심심찮게 빈집들도 많고. 게다가 이 나라는 하루 종일 넘 조용합니다. 낮에도 뛰노는 아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분위기이고 해지면 정지 된 도시처럼 인적이 없고 캄캄해져 그 정적에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입니다.  마치 불빛이 세어 나가기라도 할까봐 집집마다 커튼으로 꼭꼭 가려놓은 듯한 것이 마치 이전의 사회주의의 한 끝자락처럼 느껴진다 하면 너무 심한 비약 일런지...


원전에 반대하여 전기세가 비싸다네요. 이리도 어두운 이유가 있었네요.  

동네 coop이 있어 들르려 했더니 이미 문을 닫네요. 시각을 보니 4시반 정각. 어디서 이런 여유가 생기는 걸까?  제가 보는 겉모습 만으로 결코 다 판단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숨겨진 많은 것들이 있어 보입니다. 긴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여유가 그들 표정에 숨어 있네요.

실제 경제수준에 있어서도 그런 여유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겠지요.  

방문하는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도 제대로 해 오지 못한 부족함을 반성하며 그러기에 어쩜 더더욱 어느 한 곳도 흘려 버리지 못할만큼 신선하고 더없이 강한 인상으로 제게 와 안기는 이 나라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가슴에 담아 갑니다.  


가져 온 전기밥솥으로 간단하게 밥 해 먹으며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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