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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떠나며

작성자
박은경
작성일
2011-08-11 16:54
조회
1298




온 나라가 관광지인 듯 한 이탈리아에서 한 주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베네치아, 산마리노, 로마, 바티칸시국, 피사, 토리노까지 하루 평균 200km 정도를 움직여가며 거의 매일 다른 도시에 머물렀지요. 한 숙소에 하룻밤씩 묵는데도 밥통에, 쌀보따리에

빨래거리며..  차는 항상 덜 마른 옷 널어 말리느라 정신 없고. 산뜻한 이곳 사람들 여행차림과 늘 비교되는 행색.

고속도로를 그런대로 많이 이용 했는데, 신용카드로 톨비 결제가 되는 것이 우리보다 편리한 점 중 한가지네요. 하루이틀 관광객들 상대하는거 아닌데도 로마 원형경기장(콜롯세움) 들어가는데 그 더운 뙤약볕에 무려 2시간 가까이 줄 세워가며 표 파는 우리보다 더 답답한 구석도 동시에 있구요. 어쨌든 이탈리아는 옛 선조들의 후광에 힘 입어서겠지요. 비교적 여유있어 보입니다. 절제와 규율을 중요시하는 독일, 그 동생나라 같은 오스트리아.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체코와 폴란드. 그에 반해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자유롭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말이 안 통해도 왠지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비슷한 기질이 있는 듯하기도 하고.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밤이면 거리에 사람이 없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탈리아는 밤이 늦어 10시 11시까지도 거리 곳곳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아이들도 많이 보이구요. 실제 이 곳 유럽은 밤 9시까지 해가 있어서 썬글래스를 끼고 다닙니다. 그러다 10시쯤 되 해 넘어가면 갑자기 거리 분위기가  횡하니 달라져 앞뒤 행인 확인하며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내려오며 점점 달라지는 사람들의 외모와 분위기로, 국경이 어딘지 찾을 수 없어도 국가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점이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시끄러워지더군요. 휴게소 음식 종류도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이탈이아에 오면 이곳 본토 음식인 피자와 스파게티를 꼭 사주겠다 한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첫날 피자전문 식당을 찾아 양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4인분을 주문 했더니 미디엄사이즈의 피자가 한 사람당 하나씩 나오네요. 피자를 좋아하는 저인데도 너무 짜서 반밖에 먹을 수가 없더군요. 식당마다 천천히 먹다 보면 어찌나 빨리 접시를 가져 가는지, 음식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다 먹었나며 치울 태세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네요. 아무래도 식탁을 빨리 치워주는 것이 이곳에선 손님에 대한 예의인가 봅니다. 우리와 다르게.

그래서 답을 빨리, 분명히 해야 합니다. 남은 음식 뺏기지 않으려면. 다시 달라 하기도 그러니. 아이들은 짜다 하면서도 잘도 먹네요. 다 먹고는 맛있게 잘 먹었다 합니다. 그런데, 당분간 한 6개월은 피자를 안 먹겠다 하네요. ‘다행이다 한번으로 끝냈으니.’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기본적으로 이 곳 음식이 우리 입에는 짭니다. 메인음식은 짜고 그 외엔 달고. 가장 아침이 간단했던 한 호텔(몇 곳은 아침식사가 나오더군요). 아침으로 단 페스츄리 빵 1개와 쥬스가 나왔답니다. 아이들은 왜 이리 아침이 부실하냐고 투덜거리는데, 양도 양이지만, 아침으로 그렇게 달콤한 빵을 먹는 이들의 식단에 문제가 심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네요.

왜 이리 짜게 먹냐고 하면, 한국인들을 왜 그리 맵게 먹느냐 반문 하려나 ?

매운 점은 부인 할 수 없지만, 또 저렴한 곳만 골다 다니니 제대로 된 평가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정갈한 우리 음식의 깊이와 탁월함, 나와보니 절실히 비교가 됩니다.

‘베니스의 상인’으로 밖에는 기억이 없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땅도 넓은 나라에서 구지 왜 이리 섬까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그렇잖아도 들었었죠. 역시 로마 시대 말기 혼돈을 피해 이 곳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하며 도시가 형성 되었다 하네요. 집집마다 대문 앞 말뚝을 밖아 배를 주차해 놓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탈리아 안에는 세 나라가 있답니다.

‘산 마리노’라는 나라 들어 보셨는지요? 이탈리아의 북동부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 3만명의 우리 울릉도보다도 작은나라. 하지만 AD301년에 독립한 세계최초의 공화국이랍니다.

큰 아이가 관심이 많았지만 계획에 넣지는 못 했었는데, 베네치아에서 로마로 내려 가는 길 네비게이션이 그리로 우리를 인도 해 주네요. 그래서 다음 일정을 조금 늦추고 이 작은 나라를 들러 가기로 했지요.

유럽연합에 가입한 국가도 아니고 이 조그만 땅에 그 작은 인구로 어찌 하나의 국가의 틀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무얼 해 먹고 살며 독립국으로의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인지 등등의 의문들 속에 산마리노 공화국으로 들어섰습니다.

처음 놀라웠던 사실이 나라 전체가 산 위에 있는 산동네 국가라는 점. 그래서일지 자동차 보유량이 세계 최고인 한 사람당 한 대(미국 1.7명중 한 대/우리 4명중 1대)랍니다. 해발   700m 산위까지 촘촘히 들어서 있는 집들. 그리고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대단한 관광지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점이 그대로 이 나라의 특징입니다.

산위에서 어찌 사나 했는데, 관광산업에의 의존도가 높으리라는 점이 바로 눈에 들어 오더군요. 그런만큼 유럽연합에 가입은 안 했어도 유로화가 통용이 되구요. 나폴레옹도 유럽정복시 이 나라의 독립을 지켜 주었다구요. 한 때 이탈리아 혁명가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했다 하구요. 한 나라를 너댓시간 만에 돌아보고 노인들은 이 언덕나라에 어찌 사시나, 초보운전자들도 당분간 힘들거 같구. 또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일이 많겠구먼... 그런 별 도움 안되는 걱정을 하며 그 나라를 내려 왔지요.

산을 다 내려오자 마자 바로 ‘이탈리아’라는 이정표가 서 있네요 그럼 우리차 앞에 있는 이사람은 이탈리아국민, 뒤에 있는 저 사람은 산마리노국민?

유럽에서는 똑같은 경험을 계속 하게 됩니다. 비스듬히 서면 손은 독일에 발은 체코에.

스위스 슈퍼마켓에서 우유 사서 프랑스 공원에 앉아 마시고, 등등.

왜 유독 우리만 그리도 국경에 민감해야하고 그 선을 명확히 해야 할까요.  

큰 나라 이탈리아 안에, 더욱이 큰 체제로 탈바꿈 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힘 앞에 어떻게 이 작은 나라가 버티고 있는 것인지?  그런 만큼 자국의 역사나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 하다 합니다. 하지만 한편 그 밑에는 무언가가 있겠지요. 국가간의 오픈되지 않은 그런 어떤......  

어렸을 때 숨 가쁘게 오르내리며 놀던 내 고향 낙산에 올라 본 듯한 감상에도 잠시 젖었습니다. 그래서 차 세우고 그 좁은 옛 골목 투박한 돌 계단들을 일부러 걸어 내려 내려 보기도 했지요.

마치 감추어진 작은 보물섬을 발견하고 돌아 온 느낌. 언제까지도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살림교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8-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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