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산들예배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05-24 12:29
조회
2918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40번째 원고입니다(060524).


산들예배


산에 들에... 산들산들... 입에서 자꾸 웅얼거리자니 그 느낌만으로도 좋다.

지난주일 야외예배를 드렸다. 야유(野遊)예배인지, 야외(野外)예배인지, 어느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늘 야외예배라 해 왔다. 어쨌거나 그렇게 예배를 드리는 것이 즐거움이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 즐거움이 있다. 숱한 장면들을 사진기에 담았다가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시 엄선해 이야기로 엮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 즐겁다. 무심코 했던 몸짓,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을 다시 떠올려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으니 즐거운 일 아닌가.

하루 종일 뛰놀고 난 다음 제법 고단한 작업으로 그렇게 딱 엮어놓고 보니 퍼뜩 생각이 스친다. 야외예배라, 이거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숲속 그늘에서 찬양하고, 풀밭에서, 넓은 뜰에서, 개울에서 뛰노는 모습을 야외예배라 하자니 통 그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산에 들에...! 산들예배라 하는 것이 훨씬 정감이 있고 생동감이 있어 좋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다음부터는 산들예배라 해야지! 산과 들이 이어지고, 청명한 하늘과 푸르른 땅이 맞닿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흥겨워하는 그 모습을 담기에는 그 말이 제격이었다.

다시 보니 하나하나의 표정이 산들산들하다. 하늘처럼 밝고 풀잎처럼 싱그럽고 시냇물처럼 맑고 온몸을 휘감는 산들바람에 생기가 넘친다. 아이들은 마냥 뛰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른들 또한 노닐며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줄 모른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을 지으실 때 산에 들에 뛰노는 뭇 생명들 가운데 하나로 지으신 탓이리라. 인위적인 삶의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그것만으로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사람 또한 그 어떤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는 배타적인 존재일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러니 매주일 산에서 들에서 예배를 드리자는 목소리도 억지만은 아니다. 꽉 짜여진 한 주간 가운데 단 하루 주일만이라도 그렇게 자연의 숨결, 하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매주일 산에서 들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음 주일 작은 예배당 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일이 걱정스러워진다(?). 그러나 그 어디가 되었든 산들예배의 기운을 누릴 수 있다면, 하늘과 땅의 기운이 소통하고 그 안에서 생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산들예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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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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