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신선한 충격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10-13 14:49
조회
3033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스물일곱번째 원고입니다(0501012).


신선한 충격


우리 교회에서는 매월 둘째 주일 오후에는 장애가정 봉사활동을 나간다. 장애를 가진 분들의 몇 가정을 그렇게 주기적으로 찾아가 밑반찬도 전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그밖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거드는 활동이다. 몇 개의 팀으로 나눠 진행되는 그 봉사활동에는 피차간의 친밀감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늘 붙박이로 참여하는 교우들도 있지만, 형편을 따라 번갈아 참여하는 교우들도 있다. 지난 10월 둘째 주일 봉사활동에는 우리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한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젊은 청년 손군이 참여했다.

교회로서는 어쩌면 일상적인 활동에 지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 봉사활동에 처음 참여하고 난 손군의 감회는 남달랐다. 신앙생활 십사년만에 처음 교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라고 했고 그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이 자신에게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전도만이 성도의 제일 의무라고 생각하고, 전도하는 것이 하나님이 제일 기뻐하는 일"이고 "봉사활동이란 깨닫지 못한 성도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어느 순간 말뿐인 전도의 의무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고 신앙 자체에 대한 회의마저 해 왔던 터였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했다. "주위에 그렇게 어려운 이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신앙만 잘난 것으로 알지 않았나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고 나니 너무나 좋았고, 나도 사랑을 나누어주는 일에 동참했다는 그 자체가 너무 기뻤다."고 고백한다.

손군에게는 그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손군의 그 감회와 고백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병아리가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느끼는 것과 같은 경이로움을 맛보는 기분이었다. 그 작은 일이 그렇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었다니!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바깥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 그렇게 감격할 수 있는 그 감수성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실 교회든 개인이든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모종의 함정에 빠진다. 자신이 가진 것이나 능력을 일방적으로 베푼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럴 경우 봉사활동은 밖을 향한 창문으로서보다는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 활동은 자신의 위신을 강화하고 자기만의 아성을 더욱 돈독히 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우리 손군의 충격은 우리에게 그 함정의 위험성을 다시 일깨워 준 것 같아 정말 소중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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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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