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장애 없는 교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07-26 21:43
조회
3501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050223)


장애 없는 교회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교회당을 짓게 되면 거침없이 소통하는 구조를 갖추고 싶다. 하늘과 땅이 소통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정신을 건축구조상으로도 멋지게 갖추고 싶다. 상징적인 표현으로서만이 아니라 어떤 장애인에게도 불편함이 없는 편안한 구조와 시설을 갖추면 좋겠다. 숨막힐 듯 육중하게 서 있는 교회당들, 그 안에 들어서면 꼬부랑 할머니들 허리 부러지게 만들 것 같은 가파른 계단, 혹은 천편일률 반듯한 직선에 모서리 진 교회당들의 구도를 보면서 늘 갖는 생각이다.

건축 구조상 문제일 뿐이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본질인 공동체 그 자체로 장애가 없어야 한다. 그 어떤 형태이든 심신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스스럼없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어울리는 교회여야 한다. 소통하는 교회당은 그렇게 소통하는 공동체에 대한 가시적 표현이어야 한다.

언젠가 방송 인터뷰 중 바로 그 장애 문제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심신이 불편한 사람을 모르는 사이 불편해하는 '그들만의 천국'으로서 교회가 화젯거리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진행자는 대본에 없는 질문을 날렸다. "목사님 교회에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까?" 앗! 하마터면 무안해질 뻔했는데, "예!"라고 서슴없이 답할 수 있었던 것은 반신이 불편한 우리 하집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장애를 가진 분이 생겼다. 장로님이 뇌졸중으로 반신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불편한 몸으로 예배당에 나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비장애인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하은이네 가족이 한 식구가 되었다. 처음엔 착각을 했다. 하은이 아빠가 이 목사를 좋아해 당연히 우리 교회에 나오게 된 것으로만 알았다. 이 교만함이라니! 나중에 하은이 엄마 이야기를 듣고서야 진실을 알았다. 새로 이사를 와 교회를 선택하는 최우선의 기준은 바로 하은이였다. 장애를 가진 하은이가 신앙을 키워갈 수 있도록 어린이예배가 있고, 그 장애를 가진 아이를 포용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춘 교회를 찾기 위해 여러 군데 순례를 했단다. 때마침 어린이예배를 다시 살리기 위해 준비중이었던 터라 그렇게 하은이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하였고, 이내 온 가족이 모두 정착을 하였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절묘한지! 우리는 어린이예배를 다시 살리는 것이 우리의 계획을 따른 것으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은이 엄마 기도 덕분이었다. 또 얼마나 고마운지! 살림의 공동체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장애 없는 교회로 낙점을 받은 셈이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자만할 일은 아니다. 모르는 사이 어떤 장애를 만들어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쪼록 장애 없이 건강하게 소통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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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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