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만세운동의 현장에서 함께 한 감동의 축제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07-26 21:44
조회
3958
* 지난 3월 6일 한백교회 한살림교회 천안살림교회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가 함께 드린 3.1절기념 연합예배에 관한 <뉴스앤조이> 기사입니다.


봄볕 따스한 날 서로 다른 공동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3월 첫째주일(3/6) 3.1절을 기념하여 한백교회(양미강 목사), 한살림교회(정혁현 목사), 천안살림교회(최형묵 목사), 그리고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원장 김정란 언님)가 아우내에 자리잡은 디아코니아 예배당에 모여 주일예배를 대신하여 함께 예배를 드렸다.


정혁현 목사의 사회와, 양미강 목사의 설교, 최형묵 목사의 성만찬 집례, 그리고 디아코니아자매회 언님들의 특별찬양 등으로 진행된 이 날 예배는 1919년 3.1운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교회의 역사적 과제를 새삼 확인하였다. 양미강 목사는 "유관순은 1919년 무엇을 생각했을까?"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을사조약 100주년인 동시에, 해방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이 되는 2005년 현재 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살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고통의 역사를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이 예배에는 특별히 위안부 할머니 ○○○씨도 참석하여 한맺힌 사연을 증언해 예배에 참석한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함께 한 이들은 이 날 예배의 의미를 살려 예배중 드려진 헌금을 전액 태평양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 연합예배는 교회의 역사적 과제를 확인하는 비장한 자리만은 아니었다. 이 예배는 서로 다른 공동체들이 함께 만나 어울어지는 즐거운 축제이기도 했다. 예배 순서 가운데는 평소 각기 교회들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들을 지정하여 연합의 의의를 한껏 살렸다. 천안살림교회는 주기도문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재번역한 가사에 우리가락으로 작곡한 노래를, 한백교회는 자주 불려지는 민중가요 가운데 하나인 "가 보고 싶어"를, 한살림교회는 정태춘의 "아가야 가자"를 지정곡으로 삼았고, 디아코니아자매회는 수도공동체의 신앙고백이 담긴 특별찬양으로 큰 감동을 자아냈다.


따스한 봄볕 아래 아이들은 동산 안에서 즐겁게 뛰놀았고, 함께 나누는 식탁으로 모두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체험하였다. 특별히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의 숨결이 배어 있는 장소이기도 한 그 자리에서 서로 다른 공동체들은 밥상공동체로서 교회의 원형을 구현하는 뿌듯한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현지 교회인 천안살림교회 교우들이 미리 준비한 식탁을 함께 나누고, 한백교회와 한살림교회 남신도들이 설거지를 함으로써 공평한 밥상의 의미를 살렸다.


낯설지만 거리감이 없는 이들의 화기애애한 인사와 친교의 시간이 지난 다음 함께 한 이들 모두 유관순 기념관과 생가를 방문하였다. 만세운동의 횃불을 올렸던 매봉산 자락 앞뒤에 자리잡은 사당과 생가 방문으로 1919년 그 때의 생생한 역사적 사건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흥미를 돋구어 준 것은 아우내 장터 방문이었다. 3월 1일 장날 휘날렸던 태극기는 이미 거두어졌지만 마침 5일만에 다시 열린 장날이라 아우내장터 그 현장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1919년 3월 그 장터에서 눈을 부라리고 총검을 휘둘렀을 순사 같은 존재는 없었다. 포장마차의 붕어빵과 번데기, 큰 대야의 가물치와 미꾸라지, 그 건너편에 뻥튀기, 생선을 파는 할머니들의 좌판, 봄꽃들과 곡물들, 팬티를 비롯한 옷가지들, 없는 것이 없는 시골장터를 여유롭게 배회하고 난 다음 따끈한 아우내 순대국밥을 나눈 일이 이번 연합예배의 백미였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처음 만나 즐거웠던 하루는 기다리는 일상 탓에 그렇게 마감되었다. 누군가는 "이름 붙은 기념주일은 빼놓지 말고 만나자"고도 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자족하는 신앙에 길들여진 이들이 누릴 수 없는 기쁨을 맛본 탓이었다. 이번에는 네 개의 공동체만이 함께 했지만,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교회와 공동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낯선 곳, 낯선 이들을 찾아 나서며 누리는 기쁨에 취하다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가운데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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