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삶의 주체로서 그리스도인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07-26 21:45
조회
3310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열다섯번째(050317)


삶의 주체로서 그리스도인


지난 3월 첫째 주일 아우내에서 세 교회가 모여 평소의 주일예배를 대신하여 3.1절 기념주일 연합예배를 드렸다. 같으면서도 다른 공동체들이 함께 만나 어우러지는 일은 즐거웠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자족하는 신앙생활에서는 누릴 수 없는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탈권위적인 대안적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이 시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세 교회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이것저것 챙기는 과정에서 각 교회를 소개하는 짤막한 문안을 달라고 했다. 받아놓고 보니 각기 교회 이름 뒤에 별명이 하나씩 붙어 있는데, 가만히 음미해보니 재미있었다. '한백교회, 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 '한살림교회, 동고동락 공동체'였다. 그 별명이 그 교회 개성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나름의 취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아직 딱히 정해진 별명이 없었다. 뭐라 이름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내세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없을까 생각했다. 퍼뜩 떠오르는 영감을 따라 결론을 내렸다. '천안살림교회, 삶의 주체로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였다.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단순히 '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주체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만 보면, 사람들을 교회에 불러모아 생존경쟁의 전의를 불러일으키는 교회는 많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을 따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일깨우는 교회는 많지 않다. 교회에 나오는 이들이 각자 삶의 영역에서 어떤 몫을 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교회에 모이는 것 그 자체만을 과시하는 교회들이 많다.

'삶의 주체로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라는 기치는, 그런 교회와는 다른 교회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것처럼, 이 세계 안에서 각자가 처한 삶의 현장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지향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목표일뿐이다. 그것이 별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와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교회의 별명으로 내세우다니! 참 싱거운 교회 같으니라구!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만일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우리는 정말 톡톡 튀는 별명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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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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