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해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4-08-04 11:33
조회
1849
* <주간기독교> 다림줄 49번째 원고입니다(140804).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특별히 한국 기독교인들의 경우 그 오해는 더욱 심각하다. 오늘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성서에 기록된 이스라엘과 불레셋의 갈등에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 착각은 오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불레셋의 후예라고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것은 역사적 진실과는 다르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이 불레셋과 관련이 있기에 그와 같은 착각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지명이 오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불레셋의 후예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은 로마가 유다를 최종적으로 멸망시키고 난 후 2세기에 불레셋 사람들의 땅이라는 의미로 팔레스티나로 붙인 데서 유래한다. 로마제국은 변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지만 적잖이 골칫덩어리였던 유다를 멸망시키고 그 땅에 과거 그 숙적의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유다 사람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붙인 것일 뿐 로마제국 당시에 실재하는 불레셋을 유념한 것은 아니었다.


불레셋은 기원 전 12세기경 지중해 연안 그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고, 그런 만큼 고대 이스라엘의 정착 시기 이스라엘과 갈등의 관계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후 특정한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한 세력으로 존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지역 주민들에 동화되었다. 셈족의 세계 안에 융화된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과 아랍인으로 이뤄진 셈족의 세계는 그 나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유지해왔다. 십자군 전쟁으로 예루살렘 왕국이 건설된 시기를 제외하고 유대인과 아랍인은 오랜 세월 평화로운 공존을 지속한 것이다.


그 평화로운 공존이 파괴된 것은 시오니즘 운동과 더불어 현대 이스라엘 국가가 건설된 이후부터였다. 시오니즘 운동과 현대 이스라엘 국가 건설은 처음부터 평화로운 공존을 배제한 서구의 제국주의 지배의 와중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착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유대인과 무슬림, 그리고 기독교인을 포함한 단일 세속국가를 지향하였으나, 아랍세계 안에 친서방 국가를 세우고자 하였던 열강의 이해관계로 결국 시온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배타적 국가로서 현대 이스라엘이 건설된 것이 오늘날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다.


따라서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한 해법은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약소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점을 깊이 헤아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과거 역사적 진실, 그리고 오늘의 복잡한 갈등의 현실을 무시한 채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 오해에서 비롯되는 편견은 속히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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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