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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뒤집으면 보이는 '성서 속 진실' - 윤평호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07-19 00:01
조회
2995
뒤집으면 보이는 '성서 속 진실'

최형묵 목사,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 출간

    

윤평호(뮈토스) 기자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정치적인 존재인지 자각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세계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얼마나 종교적인 존재인지 자각하지 못하면서 종교적인 존재로 살고 있다.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자각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미르치아 엘리아데가 쓴 <세계종교사상사> 첫째권을 번역한 이용주씨가 책의 말미에 덧붙인 말이다. 이씨의 말처럼 우리는 단지 느끼지 못하거나 자각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설레고, 절을 다니지 않지만 사찰에 가면 편안함을 느끼고, 세상 일이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남몰래 한숨 내쉴 때 어쩌면 우리는 종교적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종교나 교회에는 적지 않은 반감을 갖고 있더라도 한국인에게 성서 속 몇몇 인물들은 삼국지의 유비나 제갈공명, 관운장 만큼이나 친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성서 속 인물들은 기존에 구축된 하나의 고정 캐릭터에 편승한 수준이거나 단순 재생산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는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된 성경 속 인물 20명의 인간적인 모습을 복권해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다윗과 솔로몬, 기존 이미지와 달리 해석


최형묵 담임목사가 출판한 <뒤집어보는 성서 인물>은 크게 4부로 나누어 20명의 성서 속 인물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모세나 야곱, 다윗, 솔로몬 같은 비기독교인에게도 친숙한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다말, 미리암 등 낯선 인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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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속 인물을 새롭게 해석한 <뒤집어보는 성서인물>을 펴낸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 윤평호


인물은 시대나 직분 보다는 대체적인 전형적 특성에 따라 네 개로 나뉘어 실렸다.

아브라함, 모세, 사무엘, 엘리야, 요시야를 다룬 제1부는 대개 모범적 지표를 보여주는 인물들로 구성됐다. 성서의 인물들에서 어떤 모범 답안을 기대한다면 제1부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가장 근접해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인물들이 전혀 모범적일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1부에 포함된 인물들은, 재해석의 과정에서 흔히 기억되는 통념상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범적일 뿐이다.


제2부는 그 삶이나 메시지에 대한 통념상의 이미지가 크게 뒤집어 해석된 인물들이다. 너무 떠받들어지거나 정반대로 너무 폄하되는 인물을 뒤집어 그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한 경우다. 다윗과 솔로몬이 전자라면, 악의 대명사 여로보암은 후자에 해당한다.


기드온, 엘리사, 이사야, 느헤미야, 요나가 등장하는 제3부는 다소 모순적인 인물들로 구성됐다. 자기가 선 자리와는 상반되는 듯한 역할을 감당한 인물이나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역할을 맡은 인물, 또는 모순되는 듯한 개성이 복합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제4부는 여성들만 등장한다. 여성들은 오늘날도 소수자의 지위에 있지만 성서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소수자인 여성들을 위한 '여성비율할당제'를 적용하는 것처럼, 성서 속 여성들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별도로 구성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교우들과 매주 성서읽기 모임, 출판의 단초 제공


그동안 최형묵 목사가 낸 저작들을 보면 <뒤집어보는 성서인물> 같은 대중서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최 목사는 연세대 신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연구원 및 계간 <신학사상>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는 천안살림교회를 개척해 대안적인 교회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신학과 목회의 행복한 만남을 추구하는 최형묵 목사는 저작활동도 활발하다. <해방공동체>, <함께 읽는 구약성서>를 공동으로 집필했고,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민중신학을 발전시킨 <사회변혁운동과 기독교 신학>,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손이 없기 때문이다>, <민중신학과 정치경제> 등이 있다.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동안은 <판관기>, <열왕기> 등 여러 주석서를 번역했고 2005년에는 <무함마드를 따라서-21세기에 이슬람 다시 보기>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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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센 교회보다는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최형묵 목사. 

ⓒ 윤평호


제3세대 민중신학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민중의 고통 문제와 대안적인 교회의 모색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최형묵 목사가 성서 속 인물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 목사는 삶의 성찰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저 위대하게만 여겼던 성서의 인물들도 실제로 그들 면모를 깊이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허점과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면모를 굳이 다시 거들떠보려는 것은, 바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려는 것이지요."


<뒤집어보는 성서인물>은 최형묵 목사가 썼지만 한편으로는 천안살림교회 교인들의 공동작품이기도 하다.


천안살림교회는 개척 직후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시간마다 성서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50명의 성서인물을 선정해 공부하고 토론했다. 교우들과의 격의없는 토론이 <뒤집어보는 성서인물>의 1차 원고가 된 셈. 최형묵 목사 역시 책 출간의 첫번째 공을 교우들에게 돌렸다.


"신학과 목회의 행복한 결합을 용인해주는 살림교회 식구들이 없었다면 저술 활동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지요. 힘이 닿는다면 원고를 좀 더 다듬어 신약 속 성서 인물도 책으로 펴내고 싶습니다. 대형화를 추구하는 힘센 교회보다는 사회와 소통하는 교회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교회 안에 걸린 전쟁반대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천안살림교회는 문을 연 지 올해로 6년째, 아이들까지 모두 합해야 신자 수가 70여명에 겨우 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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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사 원문] 뒤집으면 보이는 '성서 속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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