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도마복음 다시읽기 03] 불 질러 버려야 할 세상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23-10-11 22:13
조회
122
2023년 하반기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도마복음 다시읽기 03
2023년 9월 20일~12월 20일 12주간(휴강주간 제외) 매주 수요일 저녁 7:00~8:30
최형묵 목사

3강 (10/11) 불 질러 버려야 할 세상

10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폈습니다. 보십시오. 나는 불이 붙어 타오르기까지 잘 지킬 것입니다.”
11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하늘은 사라질 것이고, 그 위에 있는 하늘도 사라질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살아 있지 않고, 산 사람들은 죽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죽은 것을 먹는 날 여러분은 죽은 것을 살아나게 합니다. 여러분이 빛 속에 있으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겠습니까? 여러분이 하나였을 때 여러분은 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둘이 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12 제자들이 예수께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떠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때 누가 우리의 지도자가 됩니까?”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지, 의인 야고보에게 가야 합니다. 하늘과 땅이 그의 덕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13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비교하여 내가 누구 같은지 말해 주시오.”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의로운 사자(使者)와 같습니다.” 마태가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지혜로운 철인과 같습니다.” 도마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내 입으로는 당신이 누구와 같다고 감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도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자네의 선생이 아닐세. 자네는 내게서 솟아나는 샘물을 마시고 취했네.” 그리고는 예수님이 도마를 데리고 물러가셔서 그에게 세 가지 말씀을 하셨습니다. 도마가 자기 동료들에게 돌아오자 동료들은 그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이 자네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도마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내게 하신 말씀 중 하나라도 자네들한테 말하면 자네들은 돌을 들어 나를 칠 것이고, 돌에서 불이 나와 자네들을 삼킬 것일세.”
14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금식을 하면 여러분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죄를 가져올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도를 하면 여러분은 정죄를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구제를 하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영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느 지방으로 가서 고을을 지날 때 사람들이 여러분을 영접하면 그들이 대접하는 대로 먹고, 그들 중 아픈 사람들을 고쳐 주십시오. 결국 여러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러분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여러분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15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여자가 낳지 않은 사람을 보거든 엎드려 경배하십시오. 그분이 바로 여러분의 아버지이십니다.”
16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내가 이 땅에 분쟁을, 불과 칼과 전쟁을 주러 왔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다섯 식구가 있는 집에 셋이 둘에게 맞서고, 둘이 셋에게 맞서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맞서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맞설 것입니다. 모두가 홀로 설 것입니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 Thomas O. Lambdin 외 번역본; <도올도마복음한글역주> 참조


10. (* 유사병행구: 누가 12:49~53)
앞에서 비밀의 말씀이 지니는 성격을 말했다면, 이 대목에서부터는 비밀의 말씀이 드러날 때 당황스러운 사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 요원의 불길: 바로 앞의 씨앗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와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을 이룬다는 것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씨앗의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순리를 말하고 있는 데 반해 불길에 관한 이야기는 통념을 뒤집어엎는 개벽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이야기는 삶의 완전한 변화, 세상의 완전한 변화를 일깨운다. 싹 불태워 버리고 새롭게 일구는 밭을 연상할 수 있다. 마오(毛)는 “星星之火, 可以燎原”(별똥 같은 불씨가 들판을 사를 것이다)라고 했다. 공관복음서에도 물 세례와 더불어 성령과 불 세례를 말하고 있다(마태 3:11, 누가 3:16). 도마복음서 82절은 “나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은 불 가까이 있는 것이고, 나에게서 멀리 있는 사람은 그 나라에서 멀리 있는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그 불씨의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11. (* 유사병행구: 시편 10:26; 마가 13:31)
* 하늘이 사라질 것이며...: 말 자체로 난해하기 그지없다. 하늘이 사라지더라도 말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성서의 다른 말씀에 비춰 볼 때, 이 역시 다음에 이어질 진실을 강조하기 위한 선행구로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존 세계, 곧 세계관의 붕괴를 뜻한다. 기존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안목이 생기면, ‘죽은 사람들은 살아 있지 않고, 산 사람들은 죽지 않는다’는 진실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살아 있어도 참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죽은 것과 다름없고, 참삶을 누리는 사람이라면 육체적으로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기 전에 죽으면 죽어도 죽지 않는다.’ 죽은 것을 먹고 그것을 살려낸다는 것은 7절에서 사자를 먹고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빛 속에 있으면 진실을 분명하게 깨닫는다. 진실을 깨닫는 것이 곧 빛 속에 있다는 것이다.
* 하나와 둘의 관계: 가장 어려운 난문이다. 원초적인 하나가 불완전한 둘로 분화된 상태를 말하고, 다시 합일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하지만 하나가 둘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 땅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물음이 의미심장하다.

12.
* 의인 야고보: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마가 6:3)는 초대 교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의인으로 존경받았다. 야고보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야고보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의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13절은 오히려 야고보를 상대화하고, 도마를 부각하고 있다. 선생이 떠나면 누구를 찾아야 할지 염려하는 이들에게, 야고보만큼 의로운 사람을 찾기 쉽지 않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13. (* 유사병행구: 마가 8:27; 마태 16:13~20; 누가 9:18~21)
* 예수는 누구인가?: ‘의로운 사자(使者)’나 ‘지혜로운 철인’은 비범한 예수를 두고 상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답변이다. 그러나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낸다. 여기서 베드로와 도마에 대한 평가는 역전된다. 그 답변을 한 도마는 더는 선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수에게서 나온 샘물로 취했다는 것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경지에 이른 도마에게 예수께서는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비밀에 붙여진다. 그 비밀을 말하는 사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그것은 큰 혼란을 야기한다. 발설했을 때 듣는 사람들에게 혼란이요 자신에게도 해를 가하는 것일 수 있다. 정말 놀라운 사태를 접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감, 침묵의 위대함을 뜻한다. 서두에서 말한 비밀의 말씀이 갖는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14.
* 종교행위의 요체로서 금식, 기도, 구제: 6절에서 제자들이 제기한 물음과 직결된다. 도마복음은 형식적 종교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적이다. 마음에 없는 종교행위의 무용성을 말한다. 이 대목에서는 그것이 일으키는 폐해를 지적함으로써 더욱 철저하게 그 행위들을 문제 삼는다. 금식함으로써 죄를 얻고, 기도함으로써 정죄받고, 구제하면서 영을 해치게 될 것이라 한다. 먹어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하는 것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서 죄를 얻게 되는 것이며, 남들에게 보이는 기도는 그 자체로 기도가 될 수 없고, 옳게 기도했는지 그르게 기도했는지 의식하는 것이 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기도는 내면의 성찰이다. 구제는 고귀한 행위이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삶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나아가 그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우월감을 주어 영혼을 해친다. 구제가 필요 없는 세상이 훨씬 낫다.
* 주는 대로 먹을 것(* 유사병행구: 마태 15:11~20; 마가 7:15~23): 예수운동의 행태, 곧 ‘방랑의 카리스마’ 행적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음식금기는 구약성서에도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논란거리였다. 율법, 곧 정결법에 매이지 않고 대접하는 이의 정성을 고스란히 받을 것을 일러준다. 채식을 한 불제자들에게도 통용되었던 탁발의 원칙을 환기한다. 율법이 경계를 만들고 사람들을 갈라놓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함축한다. 더 나아가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덧붙이고 있다. 다른 복음서의 병행구가 다른 사람을 더럽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도마복음은 자신을 더럽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5(* 유사병행구: 마태 11:11)
* 여자가 낳지 않은 사람: 또 하나의 암호 같은 구절이다. 여자가 낳지 않은 하나님과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으며, 나아가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예수 자신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정한 하나님에 대한 경배를 말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을까? 곧 하나님을 경배하는 사람은 그분 앞에서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예수님 자신도 여자에게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후자의 의미일 수도 있다.

16(* 유사병행구: 누가 12:51~53; 마태 10:34~36)
* 분쟁을 일으키러 오신 예수: 종종 오해되듯이 말은 전쟁을 옹호하는 입장과는 상관이 없다. 힘에 의한 평화(Pax Romana)와 대립되는 진정한 평화(Pax Christi)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불화를 뜻한다. 또는 도마복음이 강조하는 내면의 각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기존의 상식적 통념과 갈등을 일으키는 진리의 성격을 뜻하기도 한다.
*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 결국 기존의 지배적 질서, 기존의 상식적 통념을 거부하는 각성자의 고독한 실존을 뜻한다. 모든 위대한 성인들이 겪었던 상황이다.


* 4강(10/18) 전혀 다른 세상 – 17~24절, 다음 주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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