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파랑새학교’에서 시작된 ‘미래’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3-02-25 13:13
조회
2458
* <미래를 여는 아이들> 창립10주년을 맞아 발간되는 문집에 실릴, 옛일을 회상하는 글의 한 꼭지입니다. 우리 교회 역사와도 관련되어 있어 여기 올립니다(20130224).


‘파랑새학교’에서 시작된 ‘미래’


최형묵(본회 이사 /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하려는 것보다 그저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큰일을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천안지역의 아동과 청소년의 복지를 위한 중요한 기둥으로서 ‘미래를 여는 아이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함께 해 온 과정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로 우리 사회의 취약한 복지 실태가 드러났을 때, 천안지역 시민단체 안에서 결식아동을 위한 지역사회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로서는 ‘천안YMCA’와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정도가 두드러졌을 뿐 전반적으로 천안지역 시민운동은 초보적인 걸음마 수준에 있는 상황이었다. 천안지역 시민운동을 일궈내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낸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안에서 지역의 아동 문제에 대한 대안이 모색되었고, 그 첫 결실로 1998년 겨울 ‘파랑새학교’를 시작한 것이 오늘의 ‘미래를 여는 아이들’을 탄생하게 한 첫걸음이었다.


당시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윤혜란 사무국장은 끊임없이 지역사회의 복지를 위한 일들을 찾아나서 추진했고, 새로 시작되는 아동 복지에 관한 일을 김기연 간사가 전담했다. 처음 겨울방학 한시적인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된 ‘파랑새학교’는 두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원성동에 있던 천안중앙감리교회(지금의 하늘중앙교회), 그리고 다가동의 한국기독장로회 천안교회에서였다. 당시 나는 천안교회 부목사로 있었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뜻있는 일을 한다기에 그 일에 교회가 협력할 수 있도록 나선 것이 오늘의 ‘미래를 여는 아이들’과 인연을 맺게 된 첫 계기였다.


천안중앙교회에서는 자체의 운영체계로 꾸려졌고, 천안교회에서는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 직영하는 운영체계로 꾸려졌다. 김기연 간사가 동분서주하며 전반적인 일을 꾸려나갔고, 수줍은 대학생 김소현이 자원봉사자로 다가동 천안교회에 모인 아이들을 직접 챙기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이듬해 1999년 겨울방학 때에도 같은 형태로 ‘파랑새학교’가 운영되었는데, 성정동에서 천안살림교회가 새로 시작되면서 전 해 천안교회에서 진행되었던 ‘파랑새학교’가 옮겨 왔다. 천안살림교회는 공식적으로 2000년 1월 첫째 주일 창립예배를 드렸지만, 그보다 앞서 한 달 전에 아이들의 ‘파랑새학교’를 먼저 열 수 있도록 준비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것이 이후 원성동에 상설적인 방과후학교로 이어졌고 오늘 ‘햇살가득지역아동센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일을 함께 도왔던 교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바로 그 지역아동센터를 교회가 직접 운영할 계획을 가졌음에도 당시 신생 교회로서 그 역할을 전적으로 떠맡지 못하고 조력자로 머문 점이 아쉽게 여겨진다. 하지만 교회가 출발시점부터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해 미약하나마 도울 수 있었던 것은 보람된 일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의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직접 펼치는 가운데 아동과 청소년 복지를 전담하는 ‘미래를 여는 아이들’의 태동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를 여는 아이들’은 그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2003년 독립적인 지역시민사회 단체로 창립하였고, 그 때 처음 만났던 아이들이 성장해가면서 청소년 영역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혀갔고 마침내는 청소년 그룹홈까지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 그저 지역사회의 아동복지 문제를 전담하는 시민단체로서 그 몫을 설정하였던 ‘미래를 여는 아이들’은 점차 그 활동범위를 넓혀왔다. 살짝 과장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가히 ‘문어발식’ 확장을 해 왔다고 할 만큼, 지역사회의 폭넓은 지원 가운데 성장해왔다. 또 다른 한편 지역아동센터들도 많이 생겼고 자체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은, 지역사회 안에서 ‘미래를 여는 아이들’의 위상과 역할의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10주년, 아니 사실은 실제 활동 시점부터 따지면 15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시간 그 활동들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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