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기독교 정당, 해도 좋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1-10-03 21:37
조회
2673
* <주간 기독교> 다림줄 19번째 원고입니다(111004).


기독교 정당, 해도 좋다!


내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 내 일각에서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시도하였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또 시도하였으니, 이번에 시도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7대 총선에서는 기독당이 1.08% 득표에 머물러 정당등록이 취소되었고, 18대 총선에서는 기독사랑실천당이 2.6%의 득표율을 올려 정당등록 취소는 면했다. 그 추세라면 이제 원내 의석 확보를 전망해볼 수 있는 것일까?


자유로운 정당 활동이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 원칙적으로 사회의 어떤 세력이든 정당을 만들지 못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과연 오늘 한국사회에서 기독교 정당이 어떤 의의를 지닐 수 있을까? 이 물음에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게재되어 있다. 첫 번째는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요, 두 번째는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것이다.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이 믿고 싶은 것처럼, 한국 국민 가운데 기독교인 비율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면 안 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의 실패가 시사하는 것처럼, 유권자들이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기독교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기독교인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훨씬 더 잘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지 그저 기독교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점에서 이번에도 성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한 것일까? 이는 더더욱 아니다. 기독교 정당의 추진은 이미 정치 세력화되어 있는 보수 기독교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정치 세력화되어 있는 보수 기독교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사회적 공공성이나 시민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자기 이해에 민감한 이익집단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것이 실제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성없이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외쳤을 때 그 기독교적 가치는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것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현재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 또한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제 갈 길을 간다면 이를 어쩌겠는가? 내버려두는 길밖에 없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만일 기독교 정당이 상당한 득표율을 올려 의회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상당한 정치적 설득력을 갖춘 결과로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정치적 설득력이란 보편적 공감대에 기반한 정책을 제시할 능력을 의미한다. 현재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세력이 그런 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현재 이익집단처럼 정치 세력화된 기독교의 자기반성을 동반하는 일이기에 최소한의 긍정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아니면, 이전의 두 차례 실패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실패를 반복해도 좋은 일이다. 그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에 뛰어들겠다면서도 미처 자성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전망은 현재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이들의 일말의 양식과 유권자들의 건전한 상식에 대한 기대에 근거한다. 그러나 만일 현재 반성없는 모습 그대로 개가를 올리게 된다면, 이는 한국 교회와 정치 모두에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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