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땅 밟기 기도회', 번지수가 틀렸다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0-10-28 15:24
조회
2765
* <뉴스앤조이> 요청으로 급히 보낸 촌평입니다(101027).


'땅 밟기 기도회', 번지수가 틀렸다  

한국교회 안의 우상 숭배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봉은사에서 개신교인들이 땅 밟기 기도회를 했다는 이야기가 뉴스거리가 되는 사태에 대해 개신교인으로서 피로감을 느낍니다. 목사인 제가 이런데 일반인들에게 그 피로감은 어떨까 싶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무례한 기독교'의 실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태입니다. 찬양인도자학교 학생들이 봉은사에서 한 일은 한국 개신교의 '공격적 배타성'을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행위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행위는 '공격적 배타성'으로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개신교 신앙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교회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입니다. 우상 숭배를 배척한다는 교회가 오히려 우상 숭배에 빠져 있는 심각한 사태입니다. 찬양인도자학교 학생들의 봉은사 땅 밟기 기도회는 일종의 주술적 행위입니다. 그 주술적 행위에 의존해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생각은 개신교인 스스로가 우상 숭배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교회는 오직 한 분인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없이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는 한국교회의 실상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오늘날 개신교인들은 여러 우상을 숭배합니다. 주술적 행위를 복음 전파 행위로 착각한다는 점에서 뿐만 아닙니다. 재물의 신, 명예의 신, 권력의 신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개신교인들에게 과연 신앙인으로서 윤리 의식이 있을까요? 재물이 지배하고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항해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체 하지 않고, 그 주어진 질서 안에 복 받기만을 바라지 않습니까? 이것은 우상 숭배입니다.


개신교가 공격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이웃 종교가 아닙니다. 구원의 궁극적 차원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그 고백의 내용이 다를지언정, 많은 종교들이 세속적 질서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자 모든 종교가 나선 것은 그 구체적 실례입니다. 그 점에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절이든 모스크든 이웃 종교의 공간에 가서 '땅 밟기 기도회'를 하는 것이 진정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행위라고 믿는다면, 오히려 그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경제 성장 신화'라는 우상 숭배에 빠져 4대강 사업을 벌이며 국민의 복지에는 무심한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 땅, 맘몬 지배의 금융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강화하고 모든 세계인들이 그 질서를 따르도록 부채질하고 있는 G20 정상 회담장 땅을 밟는 것이 차라리 옳을 것입니다.


최형묵 목사 / 천안살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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