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끔찍한 재앙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11-03-14 22:56
조회
2369
*<주간 기독교> 다림줄13번째 원고입니다(110314)



끔찍한 재앙


실로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다. 일본 동북부 지역에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는 사상 유래없는 대재앙이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계기였다.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만 알았건만 바다의 물이 거슬러 육지를 덮쳤다. 상상의 영화 장면에서나 그려지던 풍경이 실제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지는 현상을 보자니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장면은 그저 경이로운 스펙터클일 수 없었다. 그 안에 묻혀버렸을 사람들이 어찌되었을까? 오랫동안 일본교회와 교류를 해온 터라 그저 남의 나라 일로만 느껴질 수 없었다. 대번에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되었고, 전화로 메일로 연락을 취했다. 대부분 대지진 지역과 떨어진 지역에 있는 이들이라 모두 무사했다. 지인들이 안전하다니 일단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끔직한 재앙의 충격이 쉽사리 잦아들 수는 없었다. 인지상정이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진짜로 끔직한 또 다른 재앙이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매일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 메일 가운데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지진 대재앙 관련 설교 수십 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바로 이웃 나라 사람들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터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럴 듯한 테마 설교자료들로 목회자들을 유인하는 모 기독교 정보 사이트의 메일이었다. 그 가운데 진지한 설교문이 있다 한들 거들 떠 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일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초대형을 자랑하는 교회 목회자의 발언이 기사화되었다. “일본 대지진은 하나님 멀리 한 탓...”이라는 발언이 중요한 요지였다. 요전에 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때도 또 다른 유력한 목회자의 입에서 똑 같은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요번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던 것은 그야말로 순진한 기대였다. 어떤 네티즌이 말했듯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사태란 말인가? 타인의 고통을 자기 구원의 확신 근거로밖에 삼지 못하는 한국 기독교인의 독단적인 신앙을 또 다시 여지없이 보여 주고 만 사태이다.


일본 대지진이 어째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상관이 있을까? 특별히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어떤 자연재해 현상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돌이켜 보게 할 여지가 충분히 있고, 그런 면에서 신앙의 문제와 관련하여 성찰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진대에 속해 있다는 자연적 조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닌가?


그걸 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지독한 신앙적 독단의 발로일 뿐이다. 고통에 동정하기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의의 정당화 근거로밖에 삼을 수 없는 독단을 신앙으로 내세우는 기독교에 과연 구원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성서는 그 독단을 선악과 이야기를 통해 경고한다. 선과 악의 판단을 그렇게 함부로 범하지 말라고!


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참고자료>***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는 일본국민과 일본기독교단 교토교구에 드리는 위로의 말씀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 대재난의 현장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위로와 가호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교토교구가 속해 있는 관서지방에는 큰 피해가 없어 불행중 다행이기는 하지만, 모든 일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교토교구의 여러분들의 마음의 고통 또한 크리라 생각합니다. 교토교구의 모든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껏 여러 차례에 걸친 자연적 재난의 상황에서도 일본 국민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며 그 재난의 상황을 극복해 왔습니다. 그 어떤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번 대재난의 상황 가운데서도 일본 국민들은 침착하고도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의연한 대처로 재난의 현장을 복구하고 고통을 이겨내어 속히 안정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전국적인 재난의 상황에 대처하며 지원방법을 찾고 있는 교토교구의 노력에 저희 대전노회 또한 연대의 뜻을 표합니다. 마침 다음주초에 저희 대전노회 정기노회가 열립니다. 정기노회를 통해서 지금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는 교토교구 여러분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며, 마음으로부터 함께 하는 정성을 모으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가호가 일본 국민들과 교토교구 여러분들께 함께 하시기를 거듭 기도드립니다.


2011년 3월 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대전노회

노회장 金錫仁

에큐메니칼협력위원장 金榮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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