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출애굽기 14]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리시는 하나님 - 16:1~36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8-27 21:17
조회
2622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1 <출애굽기 읽기>  

2008년 4월 16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14 (8/27)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리시는 하나님 (16:1~36)



1. 이집트의 고기 가마, 자유로부터의 도피(16:1~3)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난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번째 보름을 맞이한 시점이었다. 엘림의 오아시스를 지나 본격적으로 광야 길에 접어들 즈음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사자 모세와 아론 앞에서 다시 불평을 늘어놓는다.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그 감격이 어디로 갔는지 이제 불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두 달도 안 되어 광야 생활의 고달픔에 지쳐 버렸다. 그래서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죽일 작정이냐?” 하고 모세와 아론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얄팍한 이스라엘 백성의 속성, 아니 우리 인간들의 속성을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이들이 이집트에 있을 때 ‘고기 가마’를 옆에 두고 배불리 먹고살았을까? 어림없는 이야기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변변한 음식을 먹어가면서 살았을 리 만무하다. 물론 그야말로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을지언정 이집트에서 삶은 스스로 누리는 삶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했다. 그런데 지금 광야의 여정에서 겪는 고통 때문에 길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에리히 프롬은 말하기를, 인간은 자유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자유가 속박당할 때는 그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정작 자유를 얻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거꾸로 “자유로부터 도피”해서 누군가의 속박을 받으려 한다. 자유를 향한 여정에서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모든 인간이 지닌 두려움을 말해 주고 있다.

  

2. 하늘로부터 내리는 일용할 양식(16:4~21)


원망하는 백성에게 하나님께서는 하늘로부터 양식을 내리신다. 하나님께서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 주셔서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었다.

광야의 땅 위에 내린 만나를 거두어들일 때 모세는 각자 먹을 만큼만 거둬들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잘 따랐다. 어떤 사람은 다소 많이 거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소 적게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되로 되어보면 모두가 똑같았다. 그것은 각자 필요를 충족하기에 모두 적합한 분량을 거둬들였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일부 사람들은 모세의 말을 따르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거둬들여 다음날 아침까지 남겨뒀다. 그런데 남겨둔 만나에서는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풍겼다. 모세는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자 사람들은 꼭 필요한 만큼만 거두었다.

만나와 메추라기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만나가 썩어 악취를 풍겼다는 것은 필요이상의 재물은 기필코 부패한다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독점된 필요 이상의 재물은 그 자체로 부패한 성격을 지닌다. 물질은 필요한 만큼 누리는 것이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재물이 쌓여 있는 곳에는 악취가 풍기게 되어 있다. 부패한 재물은 사람의 삶을 부패시키고 타락시킨다. 필요 이상의 재물은 기필코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깨우쳐 주고 있다.


3. 거룩한 안식일(16:22~35)


만나를 거둬들이는 일은 안식일에는 금지되었다. 대신에 엿새째 되는 날 만나는 갑절로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서 노동과 생산은 무한정 허락되지 않았다. 안식은 창조질서의 완성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휴식 없는 노동, 제한받지 않는 생산은 창조질서를 파괴한다. 안식의 의미는 삶을 위한 노동과 생산이 거꾸로 죽음을 초래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 40년 내내 그 삶의 방식을 지켰다는 것을 강조한다.  



* 다음 주제는 “계속되는 광야의 시련”(출애굽기 17:1~1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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