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출애굽기 04] 모세의 소명 - 3:1~22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5-08 23:53
조회
2429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1 <출애굽기 읽기>  

2008년 4월 16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4 (5/7) 모세의 소명(3:1~22)


1. 모세가 소명을 받기까지(2:23~25)


출애굽기 2장의 말미는, 모세가 미디안 땅에서 목자로 살아간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말하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집트 왕이 죽었다”(2:23)고 밝힌다. 그렇다면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1:8)이 죽고, 새로운 왕이 등장하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이 람세스 2세라고 한다면, 그 다음에 새로 등장한 이집트의 왕은 누구였을까? 그 왕은 메르넵타 왕이었다. 이미 람세스 2세 말기에 곳에서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메르넵타 시기에는 더 이상 이전에 이집트가 가졌던 가나안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 그 시기 이집트 내부에 있는 이질적 집단에 대한 압박은 더욱 극심했을 수도 있다. 출애굽기는 그 새로운 왕 밑에서 이스라엘 자손은 더욱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고통 때문에 하나님께 부르짖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그 고통의 탄원을 듣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우신 언약을 기억하셨다고 한다.  


2. 모세의 소명(2:1~22)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모세는 한동안 미디안에서 목자로서 일상에 파묻혀 살았다. 그러나 2장에서 본 바와 같이 모세는 그저 일상에 파묻혀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낯선 땅의 나그네’로서 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어느 날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을 때 특별한 체험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호렙산은 다른 본문에서 시내산으로 등장하며, 이 두 이름은 동일한 장소에 대한 명칭으로 혼용된다. 오늘날 그 산은 일명 ‘모세의 산’(Jebel Musa)으로도 통용되는 산으로 확정되다시피 했지만, 그렇게 확정된 것은 그리스도교 시대 이후의 일이다. 그리스도교 시대 초기에 그 산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사이 삼각 반도에 있다는 전승이 생겼고, 그로부터 오늘날 시나이(시내) 반도의 명칭이 유래했다. 그리고 주후 6세기에 이르러 그 남부 산맥의 한 봉우리를 시내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 산에서 모세는 하나님을 만나는 특별한 체험을 한다. 타지 않는 떨기나무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낯선 장면에 이끌리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모세가 그 이름을 물었을 때 하나님은 답한다. “나는 나다”(에흐예 아쉘 에흐예).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는 백성을 해방시키고자 모세를 부른 하나님의 자기 호명치고는 참 싱겁기 그지없다. 우리가 기대하기에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능력을 과시하며 거창한 이름을 알려줘야 했을 것 같은데, 그 답은 그저 “나는 나다”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답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답이었다. 하나님은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은 존재라는 뜻이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백성들의 지도자로 나서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중대한 결단을 앞둔 모세에게 그 답은 형이상학적인 응답이 아니었다.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는 존재, 그것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주체를 말한다. 하나님의 자기 호명인 이 응답은 동시에 그 응답을 듣는 존재의 자각이기도 하다. “모세는 모세다”, “히브리인은 히브리인이다” 하는 자각이다. ‘이집트의 왕자’도 아니오 ‘낯선 땅의 나그네’도 아닌 ‘히브리인의 아들’로서 모세의 정체성 자각이며, 동시에 결코 ‘이집트의 노예’일 수 없는 ‘히브리인’의 자각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일 뿐인 하느님을 믿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의 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비로소 그렇게 드러내신 하나님은 당신께서 조상들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환기시키며 모세가 감당해야 할 몫을 분명하게 밝히신다. 그것은 당신의 약속을 이루시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집트에서 벗어나 오래 전부터 약속했던 그 땅으로 백성을 이끌라고 모세에게 말씀하신다. 이 말씀에는 장차 이스라엘 백성이 겪어야 할 일이 간략하게 압축되어 있다.


* 다음 주제는 “이집트로 돌아간 모세”(출애굽기 4:1~3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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