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출애굽기 09] 소나기는 피하면 된다?: 어리석은 통치자 - 8:1~32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6-18 21:51
조회
1998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1 <출애굽기 읽기>  

2008년 4월 16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9 (6/18) 소나기는 피하면 된다? - 어리석은 통치자 (8:1~32)



1. 두 번째 재앙: 개구리 소동(8:1~15)


강물이 핏물로 변하는 재앙 앞에서도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을 내놓아달라는 모세의 요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파라오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레를 보낸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파라오에게 두 번째 재앙을 경고하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강과 운하와 늪에 살던 개구리들이 이집트 온 땅을 덮었다. 물기가 있는 곳에 살아야 할 개구리들이 온 땅을 덮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에까지 덮쳐들었으니, 그것은 심각한 재앙이다. 자연질서의 교란, 그것은 곧 재앙일 수밖에 없다. 동물에게 먹여서는 안 될 동물사료를 먹여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이 재앙 묘사에는 상당한 익살이 담겨 있다. 이집트에서 개구리는 다산의 능력, 곧 신적인 생명력을 상징했다. 개구리 모습의 머리를 지닌 여신 ‘헤케트’는 숫양 모습의 머리를 지닌 다산 신 ‘슈늄’과 짝을 이루고 있다. 다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개구리가 온 땅을 뒤덮어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경제성장과 풍요를 추구하는 욕망이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오늘 현실과도 그대로 통한다.    

파라오를 섬기는 술객들은 아론과 똑같은 방법으로 개구리들이 땅 위로 올라오게 만들었다. 그것쯤은 자기네들도 할 줄 안다는 태도이다. 그 재앙이 뜻하는 바가 아직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태 수습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청와대 비서진과 정부 관료들, 콘테이너로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청장과 같은 모습이다. 성서 기록자는 그렇게 ‘웃기는’ 이집트 술객들의 행위를 드러냄으로써 다시 한 번 익살을 보여준다.  

그래도 파라오는 조금 나았던 것일까? 두 번째 재앙을 맞자 파라오는 정신이 조금 든 것 같다. 그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모세에게 호소한다. 히브리인들에게 예배를 드리게 해줄 터이니 재앙을 그치게 해달라 부탁한다. 그 요청에 모세는 확인한다. 언제냐고! 파라오는 다급했다. 바로 내일이라고 선포한다. 파라오의 다급한 요청으로 재앙은 그쳤다. 집과 뜰과 밭에 있던 개구들이 다 죽어 온 땅에 악취가 가득하였지만, 더 이상 땅 위로 개구리들이 올라오는 사태는 사라졌으니 재앙은 가셨다. 그 후유증은 심각하였지만, 일단 재앙은 멈춘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자 파라오는 다시 마음을 돌려 먹는다. 그는 고집을 부리고 히브리 백성들에게 예배드릴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모세에게 호소했던 그의 말은 전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일단 쏟아지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게 파라오의 태도였다. 권력의 의지만 강력할 뿐 민심을 읽을 줄 모르는 어리석고 무능한 통치자의 속성이다.


2. 세 번째 재앙: 이 소동(8:16~19)


파라오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고로 통치자들이 자성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그들은 심하게 얻어맞지 않고는 도무지 자기 고집을 꺾을 줄 모른다. 이와 같은 통치자에게 국민이 그만큼 외쳤으니 됐다는 가정은 통하지 않는다.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는 그와 같은 통치자의 마음을 돌이키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촛불행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다.

하나님께서는 도리 없이 세 번째 재앙을 내린다. 아론이 지팡이를 들어 땅의 먼지를 치니 온 이집트 땅의 먼지가 이로 변하여 사람들과 짐승들에게 이가 생겼다. 이가 생기는 일쯤은 흔한 일일 수 있었겠지만,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번져나갔다는 것은 확실히 재앙이다.

그런데 흥미롭게 이 세 번째 재앙부터는 이집트의 술객들이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집트의 술객들은 신의 권능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하고 물러선다. 아마도 그 즈음부터 자신들의 잔재주와 잔머리가 통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 앞에 철저하게 무능하였다. 이것은 통치의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청와대 비서실도 손을 놨고, 정부 관료들도 손을 놨다. 국회의원도 아무 쓸 짝이 없다. 술객들의 무능은 그런 사태를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오로지 파라오의 결단에 모든 것이 달린 상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파라오는 여전히 고집을 부린다.


3. 네 번째 재앙: 파리 소동(8:20~31)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요지부동하는 파라오에게 그 다음 재앙을 준비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을 통해 다시 그 백성을 내어놓지 않으면 집집마다 파리가 들끓는 재앙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게 하신다. 이 대목에서 처음으로 히브리 백성에게는 재앙이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주고 있다. 히브리 배성이 사는 고센 땅에는 재앙을 내리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예고하신 대로 히브리 백성들에게는 재앙이 내리지 않았지만, 이집트 궁궐과 신하의 집, 그리고 온 땅에 파리 떼가 들끓는 재앙이 내려졌다.

다시 다급해진 파라오가 모세를 불러 협상을 시작한다. 비로소 대화다운 대화가 개시된다. 그러나 파라오는 자기체면 유지에 더 급급해한다. 히브리 백성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은 허용하겠지만 이집트 땅 안에서 드리라고 한다. 국민의 의견이 그렇다면 ‘30개월 미만의 소’만 들여오도록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태도와 똑같다. 여기서 모세는 그 타협안에 양보하지 않는다. 이집트 땅이 아닌 땅, 자신들이 예정한 땅에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다. 협상이 일단 성공적으로 끝나자 재앙은 거두어진다.

그러나 재앙이 거두어지자마자 파라오는 다시 고집을 부린다. 소통할 줄 모르는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다음 주제는 “도대체 무슨 재앙이 벌어져야?”(출애굽기 9:1~11: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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