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출애굽기 10] ‘그놈을 매우 쳐라!’ - 9:1~10:29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6-25 22:02
조회
1991
천안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1 <출애굽기 읽기>  

2008년 4월 16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10 (6/25) ‘그놈을 매우 쳐라!’ (9:1~10:29)



1. 다섯 번째 재앙: 집짐승의 죽음(9:1~8)


계속되는 재앙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따라서 거듭되는 재앙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 간다. 지금까지의 재앙이 생활에 불편을 주는 재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가축이 죽는 재앙과 더불어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 이어진다.

재앙의 강도가 더해지면서 이집트 사람들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대치국면도 점점 더 분명해진다. 이집트 사람들의 집짐승이 죽는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짐승은 하나도 죽지 않는다. 그 사실을 파라오가 직접 확인한다. 파라오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릴 만큼 큰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 여섯 번째 재앙: 피부병 전염(9:8~12)


가축이 죽는 재앙에 이어 가축과 동시에 사람들에게도 피부병이 발생하여 전염되는 재앙이 이어진다. 피부병이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고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가운데 하나가 피부병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인격’과 관련된 것이었다. 피부병의 창궐은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재앙은 사회적 불안과 소요가 일어나고 그에 따라 민심이 흉흉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이집트의 술객들마저 피부병으로 완전히 무력해졌다. 이미 파라오의 통치력 자체가 무력해졌다는 것을 말할 뿐 아니라 더 이상 민심을 호도할 수 있는 어떤 상징조작 행위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한다.      


3. 일곱 번째 재앙: 우박(9:13~35)


이제 상황은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우박으로 생산물들이 소실된다. 몸의 질병에 이은 생산물의 소실은 삶의 근거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소통할 줄 모르는 권력의 통치는 그와 같은 파국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 상황에 이르러서야 파라오는 비로소 자신이 고집을 부린 것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듯하다. 이제까지는 자신에게 도전해오는 모세와 아론에게 정략적으로 대응했다면, 이제는 정말 일말의 반성을 하는 듯한 기미를 내보인다. “이번에는 내가 죄를 지었다. 주께서 옳으셨고, 나와 나의 백성이 옳지 못하였다.”

그 탓일까? 우박의 재앙으로 생산물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았다. 우박으로 이른 작물들은 피해를 입었지만 늦은 작물들은 아직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붙잡을 지푸라기도 있으면 그것을 붙잡고 자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파라오와 그 신하들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


4. 여덟 번째 재앙: 메뚜기 소동(10:1~20)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파라오에게 더 크나큰 재앙이 내린다. 메뚜기 떼가 온 땅을 휩쓸어 남은 작물마저 완전히 황폐화시킬 재앙이 예고된다.  

이 대목에서 하나님은 당신이 파라오를 강퍅하게 한 사연을 스스로 밝히신다. “이것은 내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온갖 이적을 보여 주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이집트 사람들을 어떻게 벌하였는지를,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이적을 보여주었는지를, 네가 너의 자손에게도 알리게 하려고, 또 내가 주님이라는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 권력의 속성을 만천하에 드러냄과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으로 자유를 누리게 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치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면적인 파국을 초래할 재앙이 예고된 가운데 지배층 내의 동요가 일어난다. 모든 것을 전적으로 파라오에게 맡기고 숨죽였던 신하들이 파라오에게 이의제기를 한다. 이집트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히브리인들의 청을 들어달라고 강력하게 촉구한다.

파라오와 모세 사이의 대결도 격화된다. 파라오는 예배를 드리겠다는 히브리 사람들의 요청을 마지못해 수락하면서도 조건을 내건다. 통상 관례대로 장정들만 나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세는 강경하다.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비롯한 모든 식솔들, 그리고 가축 떼까지 모두 데리고 나서겠다고 요청한다. 파라오는 모세의 청을 거절한다. 결국 이집트를 완전히 파국으로 몰아넣는 메뚜기 떼 소동이 벌어진다. 온 땅의 나무와 푸성귀들이 모두 사라진다. 땅이 그 어떤 소출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때서야 파라오는 다시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재앙은 사라진다. 하지만 파라오의 과오는 계속 반복된다. 그는 다시 고집을 부리고 히브리 백성을 내놓지 않는다.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입으로는 ‘뼈저린 반성’을 읊어댔지만, 국민의 요구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 딱 그대로다. 그런 통치자를 향한 목소리는 준엄하다. ‘그놈을 매우 쳐라!’


5. 아홉 번째 재앙:  어두움(10:21~29)


그렇게 파라오가 고집을 부리자 이번에는 이집트 온 땅에 사흘 동안 어둠이 깔리는 재앙이 내린다. 어둠의 재앙은 실질적인 피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다지 대수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중대하다. 완전한 파국, ‘흑암’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한다.

그 상황에서 파라오가 모세를 불러 말했을 때, 모세는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진다. 모세는 자신들의 식솔들과 가축들을 데리고 나가겠다고 선언할 뿐 아니라, 파라오에게 희생제물과 번제물로 드릴 가축들을 내놓으라고까지 주장한다. 어쩌면 억지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들이 흘린 땀의 대가를 받아야겠다는 의지의 천명일 것이다. 그것은 억지가 아니라 정당한 주장이었다. 끝까지 장정들만 나설 것을 요구한 파라오와 협상은 결렬되었다.  

파라오와 모세는 격렬한 언쟁을 벌이며 서로 등을 돌렸다. “다시는,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 네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나는 날에는, 죽을 줄 알아라.” “말씀 잘 하셨습니다. 나도 다시는 임금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이 협상의 결렬은 출애굽의 날이 임박했다는 것을 나타나낸다.



* 다음 주제는 “권력의 파국,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출애굽기 11:1~12:5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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