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36] 야곱과 에서의 화해 - 창세기 33:1~20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8-29 21:34
조회
2438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36 (2007. 8/22) 야곱과 에서의 화해 - 창세기 33:1~20


마침내 야곱과 에서가 만난다. 아마도 야곱은 여전히 두려웠을 것이다. 밤새워 하나님과 씨름하여 결국 자기 삶의 정당성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명백한 상대가 있었다. 그 상대 곧 에서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삶의 정당성은 또 다시 위기에 처한다. 그러기에 여전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듣던 대로 에서는 장정 사백 명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다시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야곱은 최대한 정중하게 형 에서에게 예의를 갖춘다. 야곱은 서열대로 식솔들을 도열시키고 그 맨 앞자리에 나가 일곱 번이나 땅에 엎드려 에서에게 절한다. 이 의식은 고대 근동에서 신하가 왕에게 행하던 의식과 같다. 야곱은 에서의 종으로 자처했던 대로 그 격에 맞춰 형과 대면한다.

야곱이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형 에서는 뜻밖의 환대로 맞이한다. 성서 기록자는 이 대목에서 어떤 복선이나 그 밖의 어떤 저의를 암시하지 않는다. 예컨대 야곱의 재물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다든지, 아니면 무시못할 정도로 힘을 키운 야곱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든지 하는 암시가 전혀 없다. 전적으로 아우를 환대하는 에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우 야곱이 거느린 식솔들에 놀라 물음을 던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의심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경탄하는 차원에서 던진 물음이었다. 야곱이 미리 보낸 가축떼에 관한 물음 역시 그저 확인하는 정도였다. 야곱은 형님께 은혜를 입고 싶어 가져온 것이라 말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가족을 일구고 재산을 늘릴 수 있었던 야곱은 형에게 선물을 함으로써 형의 은혜를 입고 싶어 한다. 에서는 자신은 이미 넉넉하니 그것을 받을 까닭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이 대목에서 아우를 환대하는 에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화해를 원하는 만큼 그 의도를 구체적으로 표해야 했다. 거절하는 형에게 야곱은 극구 선물을 주고자 하며, 에서는 이를 마지못해 받는다. 너그러운 강자와 조바심을 늦출 수 없는 약자의 미묘한 태도의 차이라고 할까? 에서는 자신의 말로 아우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야곱은 형과 화해를 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 한다. 결국 아우의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비로소 형과의 화해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야곱은 감격을 한다.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합니다.”

형의 무조건적인 호의는 계속 되고, 아우의 조바심 또한 계속 된다. 형 에서는 아우 야곱의 일행과 함께 길을 떠나고자 한다. 야곱은 최대한 그럴 듯한 핑계를 대어 동행을 사양한다. 에서가, 그렇다면 부하 몇을 붙여 호위해 주겠다고 하지만 야곱은 그 호의마저 사양한다. 결국 에서는 세일로 돌아가고, 야곱은 숙곳을 거쳐 세겜에 도착해 별도의 가계를 꾸린다. 이로써 화해로 결말지어진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는 대미를 장식한다.

세겜에 도착한 야곱은 그곳에서 땅을 사고 거기에 하나님을 섬기는 제단을 쌓는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땅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차였다. 세겜은 이전에 가나안 원주민들에게나 이후 야곱의 후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나 다 중요한 장소였다. 세겜의 성소는 예루살렘 성전이 중심을 차지하기 전에 오히려 그보다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고, 남북왕국이 분열되었을 때 사마리아 이전에 잠시 동안 북 이스라엘의 수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대목의 주요 관심은 형과 아우 사이의 우열을 비교하거나 어느 한편의 편을 드는 것보다는, 형제 사이에 갈등이 끝나고 화해를 이룬 데 있다. 그것은 적대와 갈등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갈망을 나타낸다.


* 다음 주제는 “폭행당하는 야곱의 딸 디나”(창세기 34:1~3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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