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47] 베냐민과 요셉의 은잔 - 창세기 44:1~3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12-12 20:58
조회
2491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47 (2007. 12/12) 베냐민과 요셉의 은잔  - 창세기 44:1~34



1. 베냐민의 자루에 감춰진 은잔(1~17)


형제들이 염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형제들은 요셉으로부터 넉넉한 대접을 받고 다시 식량을 구해 고향땅으로 귀환한다. 요셉은 관리인에게 형제들의 자루에 다시 돈을 넣어줄 것을 명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내 베냐민의 자루에 은잔을 넣도록 한다. 이것은 형제들을 마지막으로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길을 떠나는 형제들에게 요셉의 관리인이 쫓아왔다. 관리인은 요셉의 은잔이 사라졌다고 외친다. 그 은잔은 음료를 마시는 용도로 사용될 뿐 아니라 점을 치는 데도 사용되었다. 훗날 이스라엘에서는 점치는 일 자체가 금지되었지만(참조. 레위기 19:26; 신명기 18:10), 이집트에서는 매우 일반화된 현상이었다. 따라서 그 잔은 주인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물건이었다.

형제들은 그 잔을 훔쳐갔다는 혐의를 받고 자신 있게 그 혐의를 부정한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만으로도 마음이 조렸고, 다행히 그에 대한 어떤 책벌도 받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나는 마당에 그 소중한 물건을 훔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요셉의 계획을 알지 못했던 형제들로서는 당당할 수밖에 없었다. 형제들은 만일 자신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그 물건을 훔쳤다면 그를 죽여도 좋고,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종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관리인은 그 물건을 훔쳐간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을 뿐 나머지 형제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이것은 형제들의 태도를 확인하기 위한 고도의 계획된 의도였다. 한 형제만 분리시키고 나머지는 면책된다고 했을 때 형제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것은 형제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각별히 받은 요셉을 제거하려고 했던 그 상황을 환기시킨다. 마침내 관리인은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을 찾아낸다. 형제들은 비통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옷을 찢으며 그 비통한 마음을 표현하며, 다함께 성으로 되돌아간다.

요셉 앞에 불려간 형제들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만다. 물론 자신들이 은잔을 훔쳐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형제들을 대표하여 유다는 아마도, 이 대목에서 과거 요셉에게 행했던 그 잘못을 인정하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어려움에 처하게 된 사실을 시인한 듯하다. “어찌 우리의 죄 없음을 밝힐 수 있겠습니까?” 유다는 관리인에게 맹세했던 대로 형제들 모두가 종이 되겠다고 한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벌을 달게 받겠다는 뜻이었다. 요셉은 자신이 형제들에게 버림받았던 그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집요하게 형제들을 몰아 부친다. 잔을 가져간 사람만 자신의 종이 되고 나머지는 되돌아갈 것을 명한다. 형제들을 떠보기 위한 마지막 시험이었다.


2. 베냐민을 위한 유다의 탄원(18~34)


형제들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요셉을 만난 후 형제들은 그 점에 일관된다. 유다의 탄원은 매우 아름답고 호소력 있다. 구약성서 가운데서도 뛰어난 명문인 유다의 탄원은, 격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공손하고 신중하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만한 어떤 이야기도 꺼내지 않으면서 요셉의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한다. 베냐민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따라서 베냐민이 함께 귀향할 수 없다면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한다. 요셉은 유다의 말을 통해, 자신이 사라졌을 때 아버지의 고통이 어떠했는지 가족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유다는 자신이 책임을 지고 종이 될 테니 베냐민과 나머지 형제들은 아버지 품으로 되돌려 보내 달라고 호소한다.

베냐민을 저버릴 수 없는 형제들의 태도,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유다의 태도를 보여 주는 이 대목은 요셉 이야기 가운데 절정에 해당하는 셈이다. 죄의 고백과 시인, 그리고 희생양 하나로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거꾸로 자신이 희생당함으로써 다른 형제들을 보호하겠다는 태도는 공동체의 진정한 화해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보여 준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성서의 가장 중요한 동기를 보여 주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예시하는 성격 또한 지니고 있다. 이로부터 요셉 이야기는 급반전을 이룬다.              



* 다음 주제는 “형제들 앞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요셉”(창세기 45:1~2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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