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24] 사라의 죽음과 묘지 매입 - 창세기 23:1~20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4-11 22:45
조회
2391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24 (4/11) 사라의 죽음과 묘지 매입  - 창세기 23:1~20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일백이십칠 세를 향년으로 가나안 땅 헤브론에서 눈을 감았다. 이 이야기는 제관계 문헌으로 아브라함이 묘지를 구입하는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전한다.

아브라함은 헤브론 땅의 본토민인 헷 사람들에게 묘지로 쓸 땅을 매입하고자 한다. 이 때 헷 사람들은 인도-게르만족 계통의 히타이트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아나톨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주전 1800년경에 왕국을 세워 한 때 대제국을 이뤘다가 1200년경에 멸망한 민족이다. 성서는 히타이트 제국에 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지 않고 그저 작은 부족으로서 헷 사람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이전 원주민을 나중에는 가나안 사람을 부르지만 그 이전 시대의 경우에는 그 원주민을 종종 헷 사람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헷 사람’은 히타이트 제국의 실제 유민들일 수도 있고, 가나안 지역까지 세력을 떨쳤던 제국에 관한 기억의 흔적일 수도 있다. 성서 기록자는 히타이트 제국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아브라함이 생존했던 당시로 볼 것 같으면 가나안에까지 영향을 세력을 떨쳤던 히타이트 왕국의 존재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브라함은 이들에게 정중하고도 간절히 묘지를 구할 의사를 표시하는데, 스스로를 ‘나그네’이자 ‘떠돌이’로 소개한다. 이것은 당시 아브라함의 처지 곧 이스라엘 민족 조상의 처지를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아브라함은 묘지 삼을 수 있는 땅 하나 갖지 못한 유랑민이었던 것이다. 헷 사람들이 아브라함을 어른으로 대접하고(23:6) 호의적으로 대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성서 기록자의 해석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이스라엘 조상은 그렇게 유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숱한 이동경로가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거니와, 바로 전에 브엘세바에서 거주하다가 이제 그 북쪽에 있는 헤브론으로 그 거처를 옮긴 점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 나그네요 떠돌이로서 아브라함은 거주 지역 본토민의 동의 없이는 묘지를 쓸 수 없었다.

헷 사람들은 호의적으로 묘지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한다. 주전 7-5세기 곧 이 이야기가 기록될 당시 신바빌론제국에서 널리 통용되던 대화체 문서 형식을 갖춘 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헷 사람들은 땅을 거저 사용하라고 하지만 아브라함은 굳이 사겠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아브라함은 소할의 아들 에브론의 땅을 사고 그 땅에 있는 막벨라 동굴을 묘지로 사용한다. 이 때 아브라함이 준 땅값 은 사백 세겔은 매우 비싼 가격으로, 예레미야가 은 십 세겔로 밭을 산 사실(예레미야 32:9) 및 오므리가 사마리아산 일대를 은 이천 세겔(두 달란트)로 구입한 사실(열왕기상 16:24)과 비교된다. 아브라함은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에브론의 밭을 사 거기 있는 동굴에 사라를 안장하였는데, 이 동굴은 나중에 아브라함, 이삭, 리브가, 레아, 야곱 등이 차례로 묻힌다. 아브라함의 가족 묘지가 된 것이다. 오늘날 이곳에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잡고 있고 신성한 땅으로 간주된다.

당시 가나안 본토민 헷 사람들이 선물로 주겠다는 땅을 굳이 비싼 값을 치루고 자기 땅으로 만들어 묘지를 삼은 사연이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순전히 아브라함에 초점을 맞춰 이해할 것 같으면, 땅에 대한 약속이 비로소 성취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비록 작은 땅에 불과하지만 가나안 땅에 처음으로 아브라함이 자기 땅을 소유한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로써 아브라함은 살아생전에 자손과 땅에 대한 약속을 확증받은 셈이다. 그러나 한편 이 이야기는 바빌론제국의 포로민으로 살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묘사된 땅 소유에 관한 법적 절차가 신바빌론제국 시대에 적합한 내용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듯, 당시 자기 땅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비록 이방인의 땅에 포로로 끌려와 있기는 했지만 죽어서 만큼은 자기 땅에 묻히고 싶어 했다. 그열망을 조상들의 이야기에 반영하고 있다.*        

        

      

* 다음 주제는 “이삭의 결혼”(창세기 24:1~6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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