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27] 야곱과 에서 이야기의 시작 - 창세기 25:19~34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5-09 21:30
조회
2517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27 (5/9) 야곱과 에서 이야기의 시작 - 창세기 25:19~34



0. 야곱과 에서 이야기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더불어 야곱과 에서 이야기는 이스라엘 조상 이야기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룬다. 이 두 이야기는 그 성격을 다소 달리한다.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수직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야곱과 에서 이야기는 소유와 사회적 지위를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과 경쟁, 그리고 공존 등 수평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형제간의 관계는 야곱과 에서를 중심으로 하지만, 여기에 야곱과 삼촌 라반, 야곱의 두 아내 레아와 라헬의 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포함한다. 또한 내용상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자식과 땅에 관한 약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야곱과 에서 이야기는 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축복이 주제를 이룬다.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신다는 주제가 야곱과 에서 이야기의 전반적인 기조를 형성하고 있다. 야곱과 에서 이야기는 과거 조상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이스라엘 정착 시대 이후의 상황을 더 잘 드러내 준다. 정착 시대 이후 종교적 관습과 사회제도, 그 밖의 여러 관습 등을 이 이야기를 통해 잘 들여다볼 수 있다.        



1. 에서와 야곱의 탄생(25:19~26)


아브라함의 장자권을 이어받은 이삭의 이야기는 그의 가계를 간략히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내용은 이삭의 결혼 이야기에서 이미 알려진 내용을 다시 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 두 자식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는 그의 어머니 사라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이삭이 그 아내를 위하여 기도한 끝에 마침내 아이를 잉태하게 되는데, 그렇게 기다리는 기간은 무려 이십 년이었다. 이삭이 사십 세에 결혼하여(25:20) 육십 세에 자식을 낳았다(25:26)고 했다. 그런데 쌍둥이로 잉태한 두 아이들은 태중에서부터 싸우기 시작했다. 걱정이 된 리브가는 하나님께 호소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답한다. “두 민족이 너의 태 안에 들어 있다. 너의 태 안에서 두 백성이 나뉠 것이다. 한 백성이 다른 백성보다 강할 것이다.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 달이 차서 쌍둥이가 태어나는데 간발의 차이로 형과 아우가 갈린다. 먼저 나온 아들은 살결이 붉은 데다가 털투성이어서 에서라 했고, 둘째는 형의 발뒤꿈치를 잡고 나와 야곱이라 했다.

이 이야기는 다윗 왕조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다윗 왕조 시대에 이스라엘이 적대적인 에돔을 지배했던 사실을 조상들의 시대에까지 소급해 그 갈등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어머니가 신탁을 받으러 간 것도 왕조시대의 관습을 반영한다.

에서는 에돔족의 시조로 간주되는데, ‘에서’라는 이름은 ‘붉다’라는 뜻인 ‘에돔’과 ‘털투성이’를 가리키는 뜻이자 동시에 에돔족의 땅인 산악지대 ‘세일’이 결합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서의 이러한 신체적 특징은 편견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붉은 머리, 붉은 피부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형성되었고 중세기에 화가들은 가룟 유다를 붉은 머리로 그리기도 했다. ‘야곱’이라는 이름은 형의 발뒤꿈치를 잡았다는 데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설명하고 있는데, 27:6에서는 ‘속이다’라는 뜻과 연결되기도 한다. 에돔족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이전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돔족은 이스라엘의 형이었다. 그러나 왕조 시대에 이르러 에돔족은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두 아들의 이야기는 그와 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2. 장자권을 넘긴 에서(25:27~34)


두 아이는 외모의 차이뿐만 아니라 성격의 차이 또한 뚜렷했다. 에서는 날쌘 사냥꾼이 되어 주로 들에서 살았고, 야곱은 성격이 차분해 주로 집에서 살았다. 또한 에서는 맛있는 고기를 즐기는 아버지 이삭의 사랑을 받았고, 야곱은 집안일을 잘 도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다. 그 극명한 대립관계는 마침내 운명의 역전관계를 불러일으킨다. 사냥 나갔다가 허기 진 에서는 야곱이 끓이고 있는 붉은 죽을 보고 그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넘기고 만다. 에서는 성급하고, 야곱은 교묘하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이 이야기가 반영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이스라엘과 에돔의 엇갈린 관계를 시사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수렵문화를 능가하는 유목ㆍ농경문화의 우월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비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강한 자의 약함과 약한 자의 강함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과연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볼 것 같으면 야곱과 에서의 엇갈린 이야기는 약한 자의 강함을 말하는 성서의 중요한 동기를 보여주는 서설에 해당하는 셈이다.

    


* 다음 주제는 “이삭과 아비멜렉”(창세기 26:1~3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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