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28] 이삭과 아비멜렉 - 창세기 26:1~35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5-16 21:15
조회
2392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28 (5/16) 이삭과 아비멜렉 - 창세기 26:1~35




1. 그랄에서의 이삭(26:1~25)


어째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그렇게 닮았을까? 일찍이 아브라함이 겪었던 일을 그 아들 이삭이 또 겪는다. 미모의 아내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는 사태가 아버지에 이어 아들에게도 반복된다. 성서에 기록된 대로 볼 것 같으면 유사한 사태는 아브라함에게 두 번(창세기 12:10~20; 20:1~20), 이삭에게 한 번, 무려 세 차례나 반복된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그 기본 내용은 동일하다. 이번 이삭의 이야기는 아브라함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의 지역도 동일하고 그 맞상대도 아비멜렉으로 동일하다. 피는 속일 수 없어 아버지와 아들은 동일한 실수를 연이어 한 것일까? 아마도 이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떠돌이 조상들이 처했던 상황에 대한 전승이 여러 갈래로 인상 깊게 전해져 온 탓에 중복되었을 것이다. 성서의 최종 편집자는 중복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뭔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것이 조상들이 처한 상황을 강렬하게 전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변형된 형태로 보존했을 것이다.

이삭이 그랄 지역에서 겪은 일은 아브라함이 그 지역에서 겪은 일을 다시 환기시키며, 그 의미를 새삼 강조한다. 이삭은 아브라함의 상속자로 부각되고 있으며, 아브라함에게 내렸던 약속은 그 땅에 머물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 가운데 재삼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법을 신실하게 지킨 사람으로 강조되는데, 이는 후대의 신명기적 관점의 반영이다(1~5절).

그랄에서 살게 된 이삭은 사람들에게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다. 하지만 여기서 아비멜렉 왕은 이삭의 아내 리브가를 원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삭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것을 질책하고 이삭의 가족을 보호해주었다. 이 사실은 아비멜렉 왕이 하나님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말하며 동시에 이삭이 아비멜렉 왕의 존중을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6~11절).

이삭이 그랄 땅에서 번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큰 복을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몇 가지 시대착오적인 기록이 등장한다. 우선 그랄을 블레셋의 땅으로, 아비멜렉을 블레셋의 왕으로 기록한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다. 이스라엘 조상들의 시대에는 블레셋으로 불리는 종족이 존재하지 않았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정착하던 그 즈음에 등장한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후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삭이 농사를 지었다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이스라엘 조상들은 밭에 씨를 뿌리며 농사하지 않았다. 유목이 그들의 주업이었다. 이 이야기 역시 후대 정착시대를 반영한다(12~16절).

이삭이 번성해지자 그 지역 사람들과 갈등을 겪게 되었다. 아비멜렉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이삭을 떠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우물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 일어난다. 아브라함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듯이 당시 유목 상황에서 우물을 둘러싼 갈등은 심각한 것이었고, 그 갈등은 이스라엘 조상들이 처한 일반적인 상황을 잘 말해 준다. 이삭은 그 상황을 피한다. 아마도 관대한 이스라엘의 조상 이미지를 강조하는 뜻을 지니겠지만, 실제로는 약자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 이삭은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17~25절).



2. 이삭과 아비멜렉의 협약(26:27~33)


이삭이 브엘세바에 머물 때 아비멜렉 왕이 그의 동료와 신하들을 데리고 찾아와 평화조약을 맺고자 한다. 이삭은 쫓아낼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조약을 맺자는 거냐고 불평을 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이스라엘 조상들의 상황과 후대에 그리는 조상들의 모습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쫓겨나는 상황이 실제 상황을 말해 준다면, 왕과 대등한 조약을 맺는 것은 후손들이 그리는 조상의 당당한 모습이다. 일개 가족을 거느린 족장에 불과했지만 왕과 대등하게 조약을 맺을 수 있을 만큼 하나님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을 성서는 강조한다. 아비멜렉은 “우리는 주께서 그대와 함께 계심을 똑똑히 보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 이 이야기는 이질적 집단들 사이의 갈등과 공존의 상황을 보여준다. 갈등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파국으로 치닫기 이전에 평화적 공존을 모색했던 고대의 상황을 말한다.

  


3. 에서의 아내들(26:34~35)


이제 본격적으로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서는 이삭 이야기 말미에 에서 이야기를 살짝 전한다. 에서는 헷 사람의 딸들과 결혼하였는데, 두 여자가 이삭과 리브가의 근심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들의 이방풍습 때문이었다. 이렇게 성서는 에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 3주간 쉰 다음에, 6/13에 다시 시작하는 주제는 “야곱을 축복하는 이삭”(창세기 27:1~4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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