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30] 길 떠나는 야곱 - 창세기 27:46~28:22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6-20 21:58
조회
2518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30 (6/20) 길 떠나는 야곱 - 창세기 27:46~28:22



1. 에서의 부인들과 길 떠나는 야곱(27:46~28:9)


27장의 말미는 형 에서가 받을 축복을 가로챈 까닭에 형의 분노를 사 야곱이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야기에 덧붙여진 에서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와 야곱이 길 떠나는 이야기는 그와는 다른 동기를 보여준다. 앞의 야훼기자의 기록과 달리 사제기자의 기록에 해당하는 이 이야기는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민족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했던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에서가 헷 사람들의 딸과 결혼한 사실은 이미 앞에서 비난거리가 되었다(26:34~35). 이 대목에서 리브가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며 이삭에게 불평을 한다. 헷 사람들의 딸들 때문에 넌더리가 나고 사는 재미마저 없다고 한다. 이것은 이방 민족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말한다. 바빌론 포로로 잡혀가 민족의 정체성을 위협받았던 이스라엘 백성은 ‘순혈주의’를 고집하였다.

야곱이 길 떠나는 동기도 이 대목에서는 그 순혈주의와 관련이 있다. 에서의 분노를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형제 외삼촌댁으로 아내를 구하러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대목은 전반적으로 도망자가 피신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어머니의 친족 가운데서 아내를 구하러 떠나는 야곱은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받는다. 마치 옛날 이삭이 아브라함을 떠나 아내를 구하러 간 것을 연상시킨다.

다시 이어지는 에서의 이야기에서 에서는 야곱과 적대적인 경쟁관계가 아니다. 에서는 어머니의 고향집으로 야곱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이스마엘을 찾아가 그 딸 마할랏과 다시 결혼한다. 이미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서는 아버지의 친족 가운데서 새로운 아내를 맞이한 것이다. 에서 또한 혈통의 순수성으로 보증 받는 정통계보를 잇기 위해 애쓴다.    



2. 야곱의 꿈과 베델(28:10~22)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던 도중 어떤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는데, 야곱은 이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다. 꿈속에서 층계를 오르내리는 천사들을 보고 그 꼭대기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내려주시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놀라운 체험을 한 야곱은 그곳을 ‘하나님의 집’ 곧 베델이라 이름 짓고 서원을 한다. 그곳에 자신이 베개 삼아 베던 돌을 세워 기념비로 삼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켜주실 것을 기원한다. 그리고 십일조를 약속한다. 이 이야기는 고대 종교의 흔적을 깊이 간직하고 있음과 동시에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베델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예루살렘의 북쪽 베델은 이전부터 토착민들의 성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름이 루스인데, 이 이름은 아몬드 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마도 그 곁에 성소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야곱이 꿈속에서 본 층계는 그곳에 있는 성소의 모습이거나 지구라트에서 연원하는지도 모른다. 원래 토착민들의 성소가 야곱의 이야기와 결합됨으로써 이스라엘의 중요한 성소가 되었다. 이스라엘과 유다가 분열되어 예루살렘에 성전이 세워지기 이전에 베델은 단과 함께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성소였다. 중요한 종교적 의무 가운데 하나인 십일조의 기원을 야곱이 베델에서 서원한 것과 관련시키는 것도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에서 베델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남북 왕국이 분열되고 예루살렘 성전이 배타적 지위를 누리게 되면서 거꾸로 베델은 종교적 타락의 상징처럼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남유다 왕국의 전통에서 볼 때 그렇게  보였을 뿐 북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베델은 옛부터 지켜져 온 성소였다.

이 이야기는 신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야곱의 꿈과 서원은 원초적인 거룩함의 체험이다. 하나님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사람들이 늘 갈망하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 두려운 일이다. 전존재를 드러내고 바치는 순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야곱 또한 분명히 그 사건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이후 모세와 많은 예언자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거룩함의 체험은 기쁨이며 동시에 두려움이다.

특정한 장소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은 고정된 성소의 관념을 낳았다. 배타적인 예루살렘의 성전은 그와 같은 관념이 확고하게 지배적인 관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스라엘 신앙의 전통에서 고정된 성소의 관념은, 항상 백성들과 함께 하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와 갈등을 일으킨다. 본래 성서의 신앙은 고정된 배타적 장소에 현존하는 신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되었다. 성서의 하나님의 본래 모습은 ‘떠돌이들의 하나님’, ‘출애굽한 이들의 하나님’이다. 여전히 ‘나그네로 살고 있는’(28:4 참조) 야곱에게서 베델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닐까? 베델은 배타적인 의미에서 ‘하늘로 가는 문’, ‘하나님의 집’일까? 이 이야기는 정착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돌 위에 기름을 붓는 행위는 정착시대의 관습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성소 베델 이야기는 배타적 장소에 현존하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길 위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는 점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야곱은 먼 길을 가는 도중 하룻밤 잠을 청한 바로 그 장소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이 사실은 여전히 이 이야기가 백성과 함께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베델은 하나님의 배타적 현존의 장소가 아니라, 마치 모세가 타지 않는 떨기나무 한 가운데서 말씀하신 하나님을 만난 광야의 한 지점과도 같은 곳이다. 그곳은 길 위의 한 지점이다.




* 다음 주제는 “외삼촌 집의 야곱”(창세기 29:1~35)입니다.
전체 3
  • 2007-06-21 18:19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재미있었습니다.
    rn질문이 한가지 있는데요.. 어제 말씀하신 모세5경에 4명의 저자가 있다는 것은 어떤 사실에 근거로하는지요?

  • 2007-06-21 23:33
    여럿이 함께 하면 서로가 신이 나지요.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rn
    rn모세오경 여러 저자에 관한 이야기는 <창세기> 시작하면서 2편에서 살짝 이야기했는데...
    rn전통적으로 모세오경은 모세 저작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성서 비평학이 발전하면서 소위 역사비평학 방법론이 등장하는데, 성서본문을 엄밀히 분석하여 그 편집자와 신학을 규명하게 되었습니다.
    rn그 결과 모세오경은 고유한 용어, 문체, 신학 등에서 서로 다른 최소한 4명의 저자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게 이제는 성서학에서 상식이 되었습니다.
    rn
    rn첫번째로 J기자가 있습니다. J는 독일어 Jehovah 곧 여호와에서 유래하는데, 모세오경 가운데 '여호와/야훼 하나님'이라는 하나님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 번역본 성서 고전 킹 제임스 버전(KJV)은 '여호와'라는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전통을 따라 '주 하나님'으로 번역했고, 우리말 표준새번역이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rn
    rn두번째로 E기자가 있습니다. E는 Elohim, 곧 '하나님'에서 유래하는데, 성서 번역본에서 그냥 '하나님'으로 번역된 본문이 E기자의 기록에 해당합니다.
    rn
    rn세번째로 D기자가 있습니다. D는 Deutronomy, 곧 '신명기'에서 유래하는데, 철저하게 신명기의 입장에서 기록된 부분입니다.
    rn
    rn네번째로 P기자가 있습니다. P는 Priest, 곧 '사제/제사장'에서 유래하는데 모세오경 저자 가운데 가장 후대의 저자로 사제였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가장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또한 가장 후대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rn
    rn단적으로 창세기 맨 앞 부분에는 두 개의 창조 이야기가 나오는데, 1:1~2:3a절까지는 P기자의 작품으로 간주되며, 2:3b이하는 J기자의 작품으로 간주됩니다. 그서술방식이나 신학적 내용이 많이 다르지요.
    rn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2007-06-25 18:22
    녜.. 7월 4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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