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9] 홍수 이야기 3: 노아의 후손들 - 창세기 9:18~10:32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10-11 21:05
조회
2230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9 (10/11) 홍수 이야기 3: 노아의 후손들 - 창세기 9:18~10:32



1. 노아와 세 아들 - 9:18~29


홍수가 끝나고 노아와 그 세 아들들로부터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의 첫머리에 흥미로운 일화가 등장한다. 아마도 성서가 기록될 당시 인류의 세 갈래 조상으로 간주된 종족들의 관계를 해명하고자 하는 관심에서 비롯된 일화일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과 함께 노아는 다시 ‘최초의’ 농부가 된다. 그는 포도나무 농사를 짓고, 동시에 최초의 술을 제조한 사람이 된다. 어느 날 그는 술을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은 채로 잤다. 경건한 노아가 술에 취하다니! 이 이야기에는 후대 또는 오늘날의 술에 대한 금기의 관념 같은 것은 없다. 선도 아니요 악도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행위로서 술 마신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들들의 태도이다. 벌거벗은 노아를 보고 가나안의 아버지 함은 그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리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반면에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하체를 보지 않는 가운데 옷을 덮어드린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노아는 셈과 야벳을 축복하지만 함에게는 저주를 내린다. 함의 아들 가나안이 셈의 종노릇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인종차별 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보려는 견해도 있으나,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견해일 뿐이다. 이 이이야기는 성서가 기록될 당시 부분적으로 가나안인이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사사기 1:28 이하 참조)을 반영하는 것일 뿐 오늘날의 종족 내지는 민족 관계를 예언하는 것을 결코 아니다.

노아의 세 아들 이름은 오늘날의 어족(語族)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그 어족의 기원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으로 혼동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첫째 아들로 간주된 셈은 히브리인을 포함한 일군의 종족의 시조로, 야벳은 그리스인으로 대표되는 북쪽 종족의 시조로, 함은 오늘날 이집트와 리비아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와 가나안 지역(고대 이집트의 판도)에 거주하는 종족의 시조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분류는 성서가 기록될 당시 이스라엘과 정치적 이해관계 및 지리적 친소관계로 분류된 것일 뿐 현재 세계의 모든 종족의 기원과는 상관없다.


2. 야벳의 자손들 - 10:1~5


야벳은 그리스 신화에서의 거인족 야페토스와 그 발음이 유사하고, 여기에 열거된 자손들의 이름들이 대개 북쪽과 바닷가(지중해) 종족들과 일치한다. 오늘날 어족으로 분류한다면 인도-유럽어족과 관계가 있는 종족들로 분류될 것이다. 물론 실제 오늘날 어족들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셈족 함족 등의 표현은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반면 야벳족이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은 까닭은 근대 유럽중심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서는 엄밀한 기준을 적용했지만, 나머지는 통속적인 관념을 따라 뭉뚱그려버린 탓이다.


3. 함의 자손들 1 - 10:6~7


함의 아들 이름으로 등장하는 구스는 오늘날 에티오피아, 미스라임은 이집트, 붓은 리비아 지역에 해당하고, 가나안은 팔레스타인에 해당한다. 그 지역들은 성서 기록 당시 이집트의 판도와 대개 일치한다. 오늘날 함족은 아프리카의 흑인을 일컫는 말이 되었지만, 성서에 등장하는 함의 후손들이 흑인이라는 관념은 없다. 그리고 오늘날 이 지역은 대체로 셈족(아랍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4. 제국의 영웅 니므롯 - 10:8~12


구스라는 이름 때문에 함의 후손을 언급하는 대목에 이어지고 있는 이 이야기는 사실 다른 이야기가 삽입된 것이다. 여기서 구스는 에티오피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쿠사이족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지명과 인명들 역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상관이 있다. 따라서 이 대목은 최초의 고대문명 발상지이자 동시에 최초의 제국이 섰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관한 이야기이다. 니므롯은 역사적으로 그 인물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앗시리아의 최초의 정복 왕 투쿨티니누르타(그리스인들은 니누스로 부름)가 그 모델일 것이다. 야훼 앞에서 힘센 사냥꾼이 되었다는 것은 그의 권력의 막강함을 시사한다. 사냥은 제왕들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5. 함의 자손들 2 - 10:13~20


북아프리카에서 가나안 이르는 여러 종족들을 함의 후손으로 계속 언급하고 있다.


6. 셈의 자손들 - 10:21~32


셈은 히브리인의 조상이었고, 그런 만큼 노아의 세 아들 가운데 첫째 아들로 간주되었다. 그 후손들 가운데 첫머리에 등장하는 에벨이 곧 히브리인을 의미한다. 셈의 여러 대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첫머리에 올린 까닭이다. 그러나 24절 이후의 인명은 종족들과는 상관이 없거나 확인되기 어렵다. 지명 역시 확인하기 어려운데, 대체로 아라비아 일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32절은 세계 여러 나라와 종족의 기원이 그와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그것은 성서 기록 당시 세계관의 반영일 뿐 그 내용이 오늘날 세계 여러 민족과 종족의 기원을 해명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새로 시작된 인간의 역사가 그와 같이 전개되었다는 것을 진술하는 것으로 보면 족하다.





* 다음 주제는 “바벨탑 이야기”(창세기 11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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