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11] 다양한 민족들의 세계에서 이스라엘 역사로 - 창세기 11:10~32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11-29 21:22
조회
2310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11 (11/29) 다양한 민족들의 세계에서 이스라엘 역사로 - 창세기 11:10~32



1. 다양한 민족들의 세계에서 이스라엘 역사로  


바벨탑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또 하나의 족보가 등장한다. 홍수 이후 셈에게서 아브라함에 이르기까지의 족보다. 이 족보는 세계 여러 민족들이 흩어져 살게 된 기원을 설명하는 바벨탑 이야기에 이어 이스라엘 민족의 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로서 그 문맥이 잘 어울린다. 이 족보는 이제 다양한 민족들의 세계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로 무대가 좁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막연한 태고적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가 후대로 내려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바로 이 사실은 이제 이야기가 태고적 상황에서 인간이 기억하는 역사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 족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지명과 모종의 관련성을 갖고 있는데, 그 상관관계로 볼 때 아브라함의 조상들의 무대는 주로 메소포타미아 중부와 북부지역인 것으로 확인된다.


2. 우르에서 하란으로


이제 이야기는 아브라함의 가계로 더더욱 좁혀진다. 아브라함(아브람)의 아버지 데라는 우르에서 살다가 하란으로 이주한다. 우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하부에 있는 고대의 항구도시로서 수메르 문명의 한 중심지였다. 오늘날에는 삼각주의 확장으로 그 지역은 내륙에 해당한다. 하란은 오늘날 시리아의 한 지역으로 고대의 중요한 상업적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우르에서 하란, 그리고 장차 이스라엘 민족의 활동무대가 되는 가나안에 이르는 지역은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일컬어지는 지역에 해당한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우르에서 하란으로 이주한 동기는 밝혀져 있지 않다. 특별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유목적 생활의 일상적인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다. 아브라함에게서 길을 떠나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과 결부하여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아직 데라에게서는 그와 같은 의미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가나안과 보다 가까운 지역인 하란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아브람의 아내 사래가 아기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고, 또한 훗날 아브라함과 룻이 동행하게 된 사연을 간접적으로 해명해주고 있다. 아브람의 동생 하란이 아버지 데라보다 먼저 죽어 아브람은 그 아들 롯을 보살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3.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 아브라함


셈에게서 아브라함에 이르는 족보에 이어, 1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세기 12장부터 36장까지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3대에 이르는 족장시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성서 이외에는 이 족장들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는 없지만 이 이야기들이 포함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족장시대는 창세기 11장까지의 ‘원역사’와는 구별되는 역사시대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대략 언제일까? 아마도 그 시기는 대략 기원전 2000년대쯤 내지는 그보다 1~200년 후대 곧 1900~1800년대로 추정된다. 대략적으로 이 시기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고대 수메르 문명이 쇠퇴하고 셈족 계열의 아모리인들이 지배적인 민족으로 등장하여 고대 바빌론을 형성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그 시기에 가나안 지역에도 여러 민족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름의 문명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브라함의 일가가 우르에서 떠나 하란으로 이주한 것도 문명의 교체, 그리고 우르의 쇠퇴와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볼 수 있다. 성서의 또 다른 전승에 근거해(예컨대 신명기 26장의 역사신조에 나오는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아람 사람’) 아브라함의 진짜 고향은 우르가 아니라 하란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르로 보는 것이 더 유력하다. 성서가 완성될 즈음 바빌론의 중심지와 가까운 우르를 이스라엘 민족의 고향으로 설정함으로써 적어도 이스라엘 민족이 처음부터 변방의 민족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서 특히 원역사에 고대 메소포타미아 신화세계가 풍부하게 반영된 사실은 그 이야기들을 전해 온 조상들의 기원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중심지로부터 이동해온 조상들이 그들의 기억을 내내 전승한 것이 성서의 세계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서는 그 민족의 기원을 강조하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로 아브라함이 조상들의 고향을 떠나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우르와 하란은 달의 신을 섬겼고, 다신교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아브라함 조상들의 이름에도 그 흔적들이 배어 있다. 성서의 아브라함, 그리고 족장들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가나안 지역에 정착해 유일신 하나님을 섬긴 조상으로서 아브라함의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계승한 조상들의 삶을 강조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 다음 주제는 “길 떠나는 믿음 - 아브라함의 믿음”(창세기 12:1~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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