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창세기 14] 아브라함과 롯, 선택의 갈림길 - 창세기 13:1~19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12-20 21:35
조회
3353
천안 살림교회 수요 성서연구 10 <창세기 읽기>  

2006년 6월 21일부터 / 매주 수요일 저녁 7:30

최형묵 목사


14 (12/20) 아브라함과 롯, 선택의 갈림길 - 창세기 13:1~19



1. 또 다른 위기


이집트에서의 위기를 경험한 아브람과 일행은 다시 가나안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부터 갑자기 그의 조카 롯이 등장한다. 제법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된 아브람은 그 조카와 함께 베델에 이르러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단을 쌓고 하나님을 예배한다. 훗날 중요한 성소 가운데 하나가 된 베델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 베델과 아이 사이에서 목축 생활을 하는데 새로운 위기가 닥쳐온다. 아브람과 조카 롯의 목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다. 그 땅에는 그들 말고도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우물(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중동의 목축지와 성읍에서 유목민들 집단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우물 주변에 촌락이 형성되고 염소와 양들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언덕받이나 추수가 끝난 밭에 놓아먹이는 것이 그들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는데, 그 땅은 많은 인구와 가축들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땅이었다. 더욱이 아브람과 롯이 도착하기 이전부터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그들에게는 압박감이 더 컸을 수 있다. 제한된 목초지를 두고 유목 부족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없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 땅에 머물러 있는 한 갈등은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 선택의 갈림길


이집트의 거대한 권력의 위용 앞에서 자기 목숨 보존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아브람은 내부에서 다가오는 새로운 위기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대처한다.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유목집단들과의 갈등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가인 롯과의 갈등은 보다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브람은 롯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현명하게 갈라서기로 한다. 분쟁이 아닌 화해와 조정의 방식을 취한다. 이와 같은 아브람의 현명한 태도는 끊임없이 갈등과 분쟁을 겪어야 했던 성서 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바라던 염원을 반증하고 있다. 성서를 기록한 저자의 입장에서 평화적 공존은 절실한 과제였다. 성서 기자는 자기 조상의 현명한 태도를 강조함으로써 그 염원을 역설하고 있다. 분쟁 해결사로서 아브람은 선택의 우선권을 롯에게 주는 데서 더욱 돋보인다. 롯이 오른쪽을 택하면 자신은 왼쪽을 택하고, 롯이 왼쪽을 택하면 자신은 오른쪽을 택하겠다고 한다. 롯은 요단강 주변의 너른 평지를 택하였고 아브람은 가나안 땅에 남았다. 롯이 선택한 땅은 풍요로운 땅이었고 아브람이 선택한 땅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이었다.

그러나 둘의 선택은 앞으로의 운명을 예고한다. 풍요로운 땅을 선택한 롯과 척박한 땅을 선택한 아브람에게는 전혀 다른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다. 롯이 선택한 요단강변의 평지는 물이 넉넉하여 마치 ‘하나님의 동산’(에덴동산) 또는 이집트와 같았다. 그 유명한 소돔과 고모라가 자리하고 있는 땅이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성서가 기록된 때에도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요단강 주변의 평지는 죽음의 바다(사해)로 변해 있었다. 소돔과 고모라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는 성서고고학상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오늘날 사해 주변에서 도시의 흔적(밥에드라)이 발견되어 과거 한 때 사해 주변이 오늘날과 다른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어쨌든 이미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는 땅을 두고 과거에 풍요로운 땅이었다고 보고 있는 성서 기자의 눈에, 롯의 선택은 그 풍요의 덫에 걸린 롯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3.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아브라함의 믿음


롯에게 풍요로운 땅을 양보하고 상대적으로 척박한 땅에 남은 아브람은 오히려 더 넓은 땅과 자손의 번성을 약속받는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당신의 약속을 재확인한다. 헤브론 땅에 이른 아브람은 베델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을 쌓고 하나님을 예배한다. 아브람의 이와 같은 행위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실하게 믿은 ‘믿음의 조상’으로서 모습이다. 아브람이 단을 쌓은 헤브론의 마므레 상수리나무 숲으로 간주되는 지역은 오늘날 엘칼릴, 곧 ‘하나님 친구의 도시’로 불리며 아브람의 신실한 믿음을 환기시켜주고 있다(‘하나님 친구’는 이슬람에서 아브라함을 일컫는 말).

화해자로서,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을 신실하게 믿은 아브람의 모습을 강조하는 이 이야기는 인간이 진정으로 잘 사는 길이 무엇이며 진정으로 평화를 이루는 길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전체 0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