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8-03-09 19:24
조회
3116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65번째 원고입니다(080309).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큰놈에 이어 작은놈도 저 담양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다. 인문계 특성화 학교이니 대안학교라 하여 그리 파격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어린것들이 품에서 벗어나 먼 곳에 떨어져 생활한다고 하니 그 심정이 예사로울 수 없다.


2년 전 큰놈을 보내놓고 그 감회가 남달랐지만, 이번에는 또 달랐다. 찬바람 불고 눈발 내리던 날 큰놈 혼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자니 속으로 울컥해지고 영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작은놈을 언니와 함께 두고 오니 그때보다는 짠한 마음이 한결 덜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허전하기 그지없다. 아이들 방은 휑하고, 부부 둘만 덩그러니 남은 걸 실감해야 했다. 아이들 빈 방에 자꾸 눈길이 간다. 두 딸을 출가시킨 노부부 예행연습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혼으로 되돌아가는 것인지 엇갈리는 생각이 뱅뱅 돌기도 한다.


이래저래 큰놈 입학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은 학교를 선택하기까지 과정도 달랐다. 큰놈의 경우 재고의 여지없이 선택했고, 원하는 대로 입학을 했다. 이번에는 우리 부부나 당사자 자신이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다. 이미 음양을 다 알고 있는 큰놈도 언니가 다닌다고 해서 덥석 선택하기보다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요구했다. 고심한 것은 이른바 대안교육의 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현재 입시제도 안에서 대학진학과 관련해서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한편으로는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도리 없이 교육 현실에서 적응 문제를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철학과 방침을 믿기로 했고, 동시에 스스로 선택한 녀석이 잘 해 주리리라 믿기로 했다.  


입학 전 학부모 면접을 하기에 그 고심했던 내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기대로 보내노라 말했다. 면접을 맡은 선생님은 소수의 학생들이 충분한 배려를 받을 수 있기에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 설명조로 말씀하셨다. 반면 교장선생님께서는 순간 반색을 하며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맞장구를 치시는 게 아닌가! 서로 뜻이 통했으니 더 없이 좋을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괜한 이야기했나 싶어지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사실 자식이 학교에서 훌륭한 인성과 함께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스스로 민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모든 실리를 다 챙기기를 기대하는 그 마음으로 과연 대안을 이야기한다는 게 어울리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 탓이다.


일종의 절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록 절충일지언정 오로지 경쟁밖에는 모르는 입시지옥에서 그래도 숨통 트이는 다른 공간에서의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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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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