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한미 FTA가 몰고 올 파국적 효과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7-05-02 21:43
조회
3785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7번째 원고입니다(070426).


한미 FTA가 몰고 올 파국적 효과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2007년 4월 2일, 그 날은 마침 고난주간 첫날이었다. 바로 그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고, 그 협상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였다. 이후 일련의 사태들 또한 영락없이 십자가 처형 현장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은 “서비스분야는 너무 방어를 잘 해 불만”이라고 기염을 토했는데, 도대체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가 싶었다. 협상 주역들은 ‘A+’라느니 ‘수’라느니 자화자찬하고 의원들은 그들을 일러 ‘영웅’이니 ‘전사’라느니 추켜세웠다. 그것은 마치 무고한 예수를 십자가 위에 매달아놓고 제비뽑기로 그 옷을 나눠 갖는 로마병사의 짓거리를 연상시켰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선진 경제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그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우선 당장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꼽히는 자동차와 섬유 분야마저도 그 실익은 크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대자본만 살아남고 여타의 부문은 붕괴하여 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선 예수의 심정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몰고 올 파국의 효과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사회적 정의와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자본의 경쟁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제는 경쟁력 있는 자본의 우위만을 보장할 뿐 경쟁력 없는 일체의 부문을 도태시킨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양극화를 낳을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공공정책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자-국가제소 조항은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의 어떤 정책이든 그 시도 자체를 제약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는 국민주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국민의 기본 건강생활 및 생태계 보존에 악영향을 끼친다. 제약 관련 조항은 전반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며, 쇠고기 수입시 검역의 완화, 유전자조작식품의 규제 완화 등은 국민들의 건강을 항상적인 위험상황에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자동차 배기량에 따른 세제 철폐는 심화되는 대기오염을 막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기준의 후퇴를 뜻한다. 농업의 붕괴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 한 산업부문의 파탄을 넘어선다. 농업은 식생활문화를 포함한 우리의 생활문화의 원천을 이루고 있고 생태계의 평형유지에도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에 농업의 파탄은 우리의 생활양식과 생태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지극히 반생명적이다.

세 번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한다. 스크린쿼터의 철폐는 할리우드 영화의 대거 잠식현상 가져올 뿐 아니라 그나마 제한된 한국 영화 가운데서도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 유선방송의 진출로 인한 시청자의 선택권 제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적 재산권 연장과 인터넷상의 지적 재산권 강화 등은 출판을 포함한 여러 문화산업의 위축과 편중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수립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선택이다. 한국과 미국간의 정치군사적 동맹에 더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통합의 효과를 가져와 동북아시아 지역 내에서 균형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무위화되고 미국 주도의 동북아시아 정책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같은 역내 국가로서 긴밀히 협조해야 할 중국과 일본을 경쟁과 견제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가운데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소지는 더욱 협소해진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효과가 그와 같이 위험한 것이라면 우리는 선진 경제론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장에서 사랑과 나눔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이루고자 했던 예수의 삶에 비추어 오늘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관철되고 있는 맘몬의 흉계를 간파할 수 있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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