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안식년 휴가를 떠나는 목사의 걱정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11-07 11:51
조회
3885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49번째 원고입니다(061107).


안식년 휴가를 떠나는 목사의 걱정


안식년 휴가를 떠나는 목사에게는 두 가지 걱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교인이 줄까봐 걱정이요 또 하나는 교인이 늘까봐 걱정이란다. 교인이 줄까봐 걱정하는 것은 해명이 필요 없는 당연지사. 그런데 교인이 늘까봐 걱정이라니? 그것은 목사의 부재가 오히려 교회에 덕이 된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사태이기에 교회를 비운 목사에게 걱정거리란다.

지난 연초 교우들의 결의로 안식년 휴가를 허락받았다. 교회를 위해 크게 한 일은 없지만, 교회를 시작한지 7년째 되는 해이니 이래저래 분주하기만 한 생활을 해온 목사에 대한 교우들의 진정어린 배려 덕분이라 믿는다. 마침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대만장로교회, 그리고 영국개혁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목회자를 위한 영어연수가 대만에서 있어 5주간의 안식년 휴가를 대신하여 참여하기로 했다.

그 연수를 떠나기에 앞서 교우들에게 고마움을 표함과 동시에 당부를 했다. 교회당 자리가 비워지는 사태를 걱정할지언정 꽉꽉 들어차는 사태는 반길 일이니 내가 없는 동안 더더욱 많은 식구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했다. 그건 목회적 소신의 표현이기도 했다. 교회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교회이며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의 교회이다. 결코 목사의 교회가 아니다. 더욱이 우리 교회는 평신도의 주체성을 강조해 왔다. 안식년 휴가일정에 들어 있는 5주간의 주일예배 말씀나누기도 단 한 주일만 제외하고는 모두 평신도 몫으로 정해뒀다. 평소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성격을 한껏 펼쳐볼 수도 있는 기회이니 교회로서도 좋은 기회를 누리는 셈이었다. 그러니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안식년 휴가를 떠날 참이었다. 그런데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열이 오르고 두통이 시작되었다. 내심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저 고지만 올라서면 휴식이다 하는 심정으로 그동안 숨 가쁘게 내달려 왔다. 너무 많은 일들로 분주했고 과로를 했다. 공교롭게도 안식년 휴가를 떠나기 전 마지막 과제를 마친 그 날 저녁부터 몸에 이상신호가 그렇게 찾아왔다. 하지만 가끔씩 겪는 몸살감기 정도로 생각하여 약을 지어먹고 예정대로 출국하였다. 며칠간은 견딜 만했고 정상적으로 연수과정에 참여했다. 아! 그러나 이를 어쩌나? 극심한 고열에 두통과 오한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낯선 땅에서 어눌한 외국어로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병원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많은 일들로 분주하고 염려하는 동안 스스로의 몸에 대한 염려는 제쳐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했다. 함께 한 선배 목사님은 자기 몸에 대한 ‘목회’를 저버렸다고 질타 겸 조언하신다. 일을 몰아서 해댄 것처럼 휴식 또한 몰아서 할 수 있으리라 착각했다. 하지만 일도 휴식도 몰아서 할 게 아니다. 몸에 탈이 나고서야 자기 몸에 대한 배려로서 휴식의 소중함을 절감하면서 안식의 참뜻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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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http://www.salrim.net/
전체 1
  • 2006-11-09 02:31
    목사님, 싹 잊어버리시고 안식하시기 바랍니다.
    rn답글도 달지 마시고요.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