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두 공연, 눈물과 웃음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11-30 23:58
조회
3519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다섯번째 원고입니다(061130).


두 공연, 눈물과 웃음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복 터진 날이다. 어쩌다 공연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은데, 하루에 두 편의 공연을 봤으니 말이다. 전혀 다른 두 편의 공연이었다. 하나는 고려신학대학원에 둥지를 튼 탈북청소년들의 대안학교 하늘꿈학교 학생들의 예술제였고, 또 하나는 천안오페라단과 공연예술기획 찬란이 주관한 얌모얌모 콘서트였다. 어찌어찌 얽힌 인연으로 멀지 않은 장소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벌여진 두 공연을 한 날에 모두 관람했다.

하늘꿈학교 학생들이 연 예술제를 두고 번듯한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공연에 비한다면 감히 공연이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 펼친 버젓한 공연이었다. 그 형식과 구성은 여느 학교 학생들이 여는 예술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녀 학생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것도 다를 바 없고, 노래와 춤, 글과 영상, 그리고 연극 등이 어우러진 구성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눈에 띄게, 아니 귀가 띄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북한창법이 그대로 살아 있는 학생들의 노래였다. 그 노래는 아마도 공연의 압권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그 노래 하나가 공연의 모든 것을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의 말짓과 몸짓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내내 가슴이 찡하고 눈물까지 글썽거려졌다. 순서 하나하나 무겁거나 슬픈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해맑기 그지없는 내용들이었다. 북녘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마저도 슬픔을 자아내기보다는 명랑하다 못해 맹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글썽여진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그 해맑은 표정 뒤에 감춰진 아이들의 아픔이 연상되어서였다. 어린 나이에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위기를 넘겨야 했던 아이들이다. 이미 지나간 아픔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니다. 많은 경우는 지금도 우리의 보통 아이들이 겪지 않는 아픔을 안고 있다. 그 아이들이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재주를 자랑하는 모습은 결코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었다.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얌모얌모 콘서트가 열리는 충남학생회관으로 이동했다. 온 가족 3대가 웃고 즐기는 클래식 음악회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콘서트를 천안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우선 유쾌했다. 공연장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뒤섞여 만원이었다. 엄숙하게 점잔을 빼는 공연장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와글와글 한바탕의 축제를 잔뜩 기대하는 모습들이었다.

과연 첫 장면부터 폭소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소지하신 휴대폰은 꺼주십시오. 만약 끄지 않을 시에는 빼앗아서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이렇게 막을 연 공연은 엉뚱하게도 애국가부터 불러댄다. 4절까지 이어진 애국가를 부를 때 다들 경험해봤음직한 실수들을 출연진들은 재연해냄으로써 웃음보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한 곡 한 곡 이어질 때마다 어떤 돌출행동이 튀어나올까 기대하게 만들었고 시종일관 그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 격조높은 음악을 그토록 즐겁게, 그야말로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공연이었다. 맘껏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했던가? 확인해보니 천만다행으로 엉덩이에 뿔은 나지 않았다. 감정의 흐름상 한껏 웃다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더라면 더 좋을 뻔했지만, 상관없었다. 촉촉이 젖어보기도 하고, 마음의 빗장을 열고 천진난만하게 웃어보기도 했다. 우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웃는 것은 면역력을 강화해 역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유익하단다. 그러니, 슬픔이든 기쁨이든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데 더 익숙해진 사람이 값진 보약들을 한꺼번에 든 격이었다.
전체 2
  • 2006-12-02 22:53
    역시 목사님 답게 상반되 두 공연을 멋지게 매듭지우셨군요.
    rn하늘꿈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보면서 먼저, 남한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노래를 들었을 때는 남한학생들이 누구도 알 수 없는 깊은 경험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rn역시 간접 매체를 통하는 것과 직접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rn물론 옆에서 훌쩍거리시는 싸모님의 수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006-12-02 22:56
    그날 저랑 같은 행보를 했던 분들은 느낌이 다 비슷할 것 같아요.

천안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