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돈 버는 법을 알면...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6-07-12 10:42
조회
3090
*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세번째 원고입니다(060711).


돈 버는 법을 알면...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팔리는 책들이 있다. 경영 처세술과 관련된 책들, 더 정확히 꼬집어 말하면 주식투자 등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아마도 다들 살기가 팍팍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팍팍한 삶을 타개해볼 요량으로 지혜를 구하는 것을 어찌 탓하랴!

그러나 책을 보고 돈 버는 지혜를 터득하면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 더러는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차피 돈이 벌리는 방식은 철저한 경쟁의 구조 안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렇게 벌리는 돈은 이미 ‘돈’이 아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갖는 셈이니까. 돈이 벌리는 것은 배타적 우위를 점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돈 버는 책의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실 돈 버는 논리를 정당화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책을 읽는 사람에게 돈 버는 방법을 일깨워 주는 효과가 아니라 그 책을 읽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돈 버는 방법의 정당성을 홍보해주는 효과를 지닐 뿐이다. 결국 그와 같은 류의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가혹한 경쟁의 법칙만 당연시될 뿐 돈 벌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팍팍한 삶은 변화되지 않는다. 돈의 우상만 더 높이 떠받들여질 뿐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사람들이 헛된 꿈을 좇는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는 길은 삶의 중심 가치를 바꾸고, 더 나아가 삶의 중심 가치를 바꿀 수 있도록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자. 돈 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돈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돈으로 실현할 수 있는 그 무엇 때문에 돈을 바란다.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리기를 원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원하고, 또 그 누구에게든 자신이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여기에 덧붙이면 자녀들이 좋은 교육 받기를 바라고 그야말로 가족들이 화목하기를 바란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상적인 행복의 실체다. 돈 없이도 그것이 보장될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돈에 목을 매야 할까?  

문제는 그런 일상의 행복이 돈이 있어야만 실현될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는 현실이다.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나날의 순간 속에서 맑은 햇빛을 느끼고 눈앞을 스치는 아름다운 녹음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문득문득 장벽을 실감한다.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들을 하며 기뻐하다가도 스스로의 고단한 삶을 돌이켜보면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열심히 일해도 언제나 달랑거리는 주머니를 확인하면 어찌하지 못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서 앞서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손아귀에 한 몫 쥐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낭패감이다.

사람들은 그런 낭패감을 맛볼 때 늘 자신의 무능함과 못난 것을 탓한다. 그리고 그 고약한 상황을 어찌 되었든 개인적으로 돌파해보려고 발버둥친다. 너나나나 환상을 그리며 그렇게 발버둥친다. 그러나 돌아보면 누구나 열심히 삶을 살아가지 않는가? 누구나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데도 역시 누구나 낭패감과 좌절감을 안을 수밖에 없다면 사람들이 맺고 있는 삶의 관계가 문제인 것이다. 거기에 대해 이의제기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그렇게 고단한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다. 돈을 쥐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삶의 방식과 삶의 관계 대신에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삶의 방식과 관계를 찾아나서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그 길이 우리에게 결코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주변에 살짝 눈만 돌려도 그야말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끈끈한 유대와 사랑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 혼자 어찌해보겠다고 발버둥치며 허덕이는 것과 달리 훨씬 넉넉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거짓 신화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우리들에게 삶의 전환은 요원해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해도 결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본다고 하지만 그것을 체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경제 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새로운 삶의 가치와 그것을 실현할 삶의 관계를 만들지 않고서는 고단한 삶에 변화란 없다. 경제의 선진화를 이룬다는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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