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우리 교회는 대학교...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07-26 21:14
조회
3705
* <주간 기독교> 목회단상 여섯번째 편입니다.(040910)


"우리 교회는 대학교..."


아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교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교인 구성이 단일한 색조의 '의식분자들'로만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성교회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이고, 그렇다 보니 신앙이 상대적으로 균질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인들의 신앙이 결코 단일한 색조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각양각색을 하고 있다. 이런 말 해도 될까? 순전히 정치적 신념 차원에서만 말하자면 극우에서 극좌까지 그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다.

사실 어떤 교회든 안 그럴까? 비교적 균질화된 사람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각기 다 나름대로 다양성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목사는 설교에서, 또는 목회 전반에서 항상 그 다양한 편차를 늘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 그래도 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교회도 많은데 이들은 어째서 우리 교회에 오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교회를 맡은 목사는 모순되는 이 두 가지 갈래의 고민을 운명적으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다양한 편차를 생각하면서도 또한 우리 교회에서만 충족되는 그 어떤 것을 늘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이 모순에 대한 해법이 무엇일까? 흔한 말로 '복음의 본질', 아니면 보다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면 '정도' 밖에는 없다. 다양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그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그것이다. 특히 기성교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강한 우리 교우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그 길이야말로 해법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니 늘 사람을 긴장시키는 설교가 주를 이룬다. 그래도 거의 조는 사람 없이 다들 눈이 말똥말똥한 것을 보면 만족하기는 하는가보다(?).

그런데 저 지난주부터 또 다시 새삼스러운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요즘 신앙 문제로 한창 고민에 빠진 한 교우 왈, "목사님, 교회도 학교처럼 단계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 교회는 암만 봐도 대학교나 대학원입니다." 한다. 뭐 유치원에 가면 맛있는 것도 주고, 어느 단계이든 재미거리가 있어 그것을 '미끼' 삼아 유인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성숙해지기만을 요구한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교회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했구나!' 하는 생각과 '사람이면 누구나 기대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에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겹쳤다. 내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내 머리 속에서였을 뿐 교회현장에서는 아니었다. 지금도 내 머리 속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가닥이 잡혀 있다. 분명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이런 결론이면 그럴싸할 것이다. '진리에 이르게 하되, 그 진리에 이르게 하는 방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여전히 목회현장에서 '타협'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을 목회현장에서 지금 새삼스러운 숙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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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묵 / 천안살림교회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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