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아이들의 미래, 우리들의 미래

작성자
최형묵
작성일
2005-07-26 20:36
조회
3837
* 천안아동지원센터 <미래를 여는 아이들> 소식지 2003.4.


아이들의 미래, 우리들의 미래


최형묵(공동대표 / 천안살림교회 목사)


참 두려운 세상이다. 정당성이 없어도 자기 힘만 믿고 밀어 부치면 된다는 사실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은 확인시켜줬다. 불행하게도 말이다. 정말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의 현실이다. 10여 년간의 경제제재로 먹을 것은 물론 변변찮은 의약품마저 없어 고통받고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또 다시 최대의 희생자들이 되었다. 언제나 힘없는 이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참상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러나 더더욱 두려운 것은 힘으로 밀어 부치면 된다는 논리가 상식이 되는 현실이다. 고통의 참상을 비추는 화면은 잠깐뿐,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진 전황이 텔레비전 화면을 도배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신나는 '전쟁 게임'을 즐기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장난감 가게를 찾고 저마다 최신형 무기로 무장(?)했다. 뜻밖의 호황을 누린 완구업체들의 미소는 우리 아이들의 그 착각이 결코 비현실이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 비극적인 전쟁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힘의 우위 논리를 모르는 가운데 체득해 간다.

비단 전쟁의 상황만이 사람들을 힘의 우위 논리에 길들여지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우리의 일상 자체가 그렇게 만든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오늘의 경제 법칙은 사람들에게 경쟁과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 누구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가 공공연하게 판을 치고 있는 현실 아닌가? 그러한 가치가 우리의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고 있을 때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낙오자들'이 양산된다. 그리고 그들은 주목받지 못한 채 외면 당한다. 2등도 기억되지 않은 현실에서 꼴찌, 아니 등외에 관심이 갈 턱이 없다.

실직과 질병, 그리고 가정파탄은 항상 연쇄고리를 형성한다.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이가 2등도 아닌 꼴찌가 되고 나면 벌어지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 고용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 현실을 보면, 그 악순환의 연쇄고리가 항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극빈의 상태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제 일상화되어 있다. 우리 지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와 같은 악순환이 연쇄고리가 일상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바로 그 해당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가난하면 서럽다는 현실을 통감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소위 '삐뚤어진' 아이들은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적의를 키울 것이다. 아니면 '나도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질 것이다. 그 냉혹한 현실에서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안은 악순환의 미궁에 자신을 내맡길 뿐이다.

'미래를 여는 아이들'은 그 냉혹한 현실 가운데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싶다. 생명 현상에는 적자생존의 원리만 있다고, 우리는 잘못 배웠다. 그래서 경쟁과 효율을 지상 가치로 삼아 왔다. 그러나 오늘 생명 현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공생과 협동의 원리가 훨씬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사회적 생존, 사회적 생명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1등이 꼴찌에게 베푸는 일회성 선심일 수 없다. 사회적 생명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정도다. '미래를 여는 아이들'은, 그 소중한 가치를 우리 스스로 실현하고 또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익히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우리 지역의 소중한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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